농촌 인력난 해소에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무더기로 사라지면서 이들을 고용한 농가들이 허망한 꼴을 당했다. 농가마다 나름의 영농 계획을 세웠으나 일손이 말없이 떠나는 바람에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해남에는 당초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134명을 배정받아 이 가운데 86명이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산타로사와 코르도바 등 2개 도시에서 입국해 순차적으로 25농가에 투입됐다.

하지만 51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적도 남기지 않은 채 야반도주하고, 8명은 개인사로 귀국했다. 59명이 떠나면서 이젠 27명만이 남게 된 것이다. 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이번 무단이탈자는 모두 산타로사에서 모집해 들어온 근로자들이다. 이들 일부는 한 달치 급여도 받기 이전에 사라져 사전 계획을 갖고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절근로자제도를 불법 체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이는 모집과정이나 인력관리 등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대책 방안을 시사해준다.

우선 무단이탈한 근로자는 필리핀 현지에서 모집책이 주도하고 브로커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9년 해남군과 근로자 파견협약을 맺은 산타로사시는 이들 모집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루트를 통해 입국한 근로자들은 빌린 항공료나 비자 발급 비용, 그리고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급여에서 떼일 상황에 놓였다.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으나 정작 손에 쥔 수입이 기대치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법 체류의 신분을 감수하고서라도 잠적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필리핀 지방정부에 일종의 담보인 보증금을 맡기고 귀국할 때 돌려받게 되는데 이게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산타로사시의 경우 아주 적은 보증금 규모가 담보가치로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은 해남만 아닌, 전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두 개 도시에서 입국한 근로자가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나 무단이탈자의 최소화 방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현지 상황을 더 철저하게 파악하고 지방정부간 협약 내용도 더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 해남에는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지자체의 여건에서 대책에 한계가 있더라도 무단이탈자 최소화를 위한 나름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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