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성내리)
가난과 함께 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
책가방 속 물려받은 헌책에서 가난 향기 묻어나고
몽당연필 한 자루 아끼려 가난과 싸웠다
검정 통 고무신 닳을까 맨발로 가난 속 헤맸고
구멍 난 뻣뻣한 양말 자주 신어 떨어질까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가난을 이기려 했다
가진 게 없는 절망 속에 가난은 가난을 낳고
배고픔으로 고난의 한숨과 눈물을 만들었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의 희망 잃은
한숨 소리 들으면서 가난 속에 섞인 우리
가난에서 벗어나 대물림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고 되풀이되는
원망스런 가난살이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가난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난은 누가 만들었고 누가 지워야 하는가 라고
소리쳐 보지만 가난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설령 가난이 지나가고 가난의 아픈 추억이
사라진다 해도 가난을 겪은 슬픈 응어리는
누구나 마음속 깊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