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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여행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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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9  11: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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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유두나 초복을 전후해서 마을여행을 떠나곤 한다.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삼복이 그래도 농촌에서는 가장 한가한 날이기 때문이다.

삼복은 흔히 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초복은 농촌에서 모내기가 끝나고 잠깐 여유를 갖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이다. 농번기에 바쁜 일상을 달래고 피로에 지친 몸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을의 초복 관련 행사는 주로 부녀회에서 주관한다. 예전에는 마을 대동계가 있어서 큰 규모로 진행했지만 요즘은 농촌 인구가 줄면서 소수가 참여하는 부녀회와 청년회, 그리고 노인회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네는 밭농사보다는 논농사가 많은 특성상 적기에 모내기를 하는 것이 연중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따라서 모내기가 끝나면 한동안은 급한 일정이 없어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삼복더위가 심해지면 농작물의 성장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그만큼 농민들의 시름이 줄어든다. 모내기가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난 논에는 일찌감치 벼포기가 불어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아침에 나가서 벼를 쳐다보고 있으면 포기가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되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서 물 걱정이 많았지만 순간 일조량이 많아서 벼 생육에는 좋은 환경을 가져다주었다. 벼농사는 모내기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 벼포기가 불어나면 논에 물을 빼서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도록 건조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때는 밭에서도 모든 농작물이 쑥쑥 자라는 시기이다. 고구마가 금방이라도 밭을 덮을 정도로 넝쿨 잎이 무성해지고 깨밭에는 하얀 깨꽃이 피기 시작한다. 약간 늦게 파종한 콩도 삼복더위 기간 잎이 무성해서 윗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해남에서 여름철에 많이 수확하는 밭작물인 고추도 어느새 하나둘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한 나무에 70개 넘게 달린 고추를 보고 있으면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래서 농부들은 삼복더위가 와도 농작물이 커나가는 재미에 더위를 잊고 논밭에 나가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 마을여행은 여수를 목적지로 삼고 아침 일찍 마을회관에 모여 인원수를 파악한 뒤 30명이 함께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마을행사를 하지 못한 탓인지 대부분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 부녀회에서는 여행 중 먹을 간식을 풍족하게 준비하였고 청년회에서도 음료와 과일을 준비하여 출발하면서부터 먹는 재미에 빠졌다. 모처럼의 여행이어서인지 모두가 즐거운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마을 노래자랑이 펼쳐졌다. 나이가 드신 분들의 구성진 옛 가요에 박수소리가 요란하고 많은 점수가 나오면 찬조금도 넉넉하게 나왔다. 여수에 도착해서는 돌산대교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올라 뱃전에서 한려수도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하동으로 이동해 케이블카를 타고 청정 남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바라보고 금오산 정상에서 하동의 경치를 구경하고 왔다.

필자의 동네에는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고 있지만 매년 마을을 찾아 귀촌하는 청·장년층이 있어서 활기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맘 졸이고 사는 것은 수도권이나 농촌 할 것 없이 똑같지만 탁 트인 옥천 들판에서는 초록의 벼들이 쑥쑥 자라고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다.

귀촌해서 농사짓는 하루하루 삼복더위가 찾아와 육체를 지치게도 하지만 온갖 생명이 성장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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