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 해남 청년유출 심각… 청년정책은
② 청양은 처음이지… 청년마을 만들기
③ 청년이 손대니 지역특산물이 달라졌다
④ 도시청년 정착 돕는 강화유니버스
⑤ 귀농 후배들 이끌어 주는 귀농 선배들

 

▲ 강화도와 관련한 다양한 지역굿즈를 판매하는 진달래섬 매장.
▲ 강화도와 관련한 다양한 지역굿즈를 판매하는 진달래섬 매장.
▲ 강화군이 주최하고 청풍이 주관해 지역특화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로컬릴레이 강화 '전통을 잇다' 페스티벌 .
▲ 강화군이 주최하고 청풍이 주관해 지역특화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로컬릴레이 강화 '전통을 잇다' 페스티벌 .
▲ 강화유니버스 네트워크로 연결된 로컬상점인 금풍양조장에서 색다른 마케팅으로 판매 중인 막걸리와 쌀 포대를 응용한 막걸리 쇼핑팩.
▲ 강화유니버스 네트워크로 연결된 로컬상점인 금풍양조장에서 색다른 마케팅으로 판매 중인 막걸리와 쌀 포대를 응용한 막걸리 쇼핑팩.

 

 

강화에 대한 흥미 유발·지역환대 분위기 조성  
로컬 콘텐츠 만들어 가는 협동조합 청풍 주관

외지 청년들이 강화(인천광역시 강화군)와의 관계 맺음으로 지역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지역에서는 외지 청년을 환대하는 토양을 만들어 가는 '강화유니버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청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으로 추진된 강화유니버스는 시설 위주의 사업보다 지역 내 살고 있는 청년들의 관계망을 촘촘히 다지는 한편 지역에 애정을 갖고 응원하는 관계인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형태로 추진됐다.

강화유니버스는 9년 전 강화도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청년들이 모인 '협동조합 청풍'이 계획을 수립하고 직접 실행하고 있다. 청년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미를 담은 청풍은 2013년 강화 전통시장인 풍물시장 한켠에 화덕피자집을 열며 시작됐다. 강화 토박이와 외지 청년 등 4명이 뭉쳐 풍물시장에서 재미난 일을 해보자는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원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이런 마찰 또한 원주민의 도움으로 해결하면서 협동조합 청풍은 어떻게 지역주민으로서 살아갈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지역내 활동을 확대해 갔다. 2018년에는 정식으로 협동조합으로 설립됐고 지금은 강화도에 청년이 살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비전을 갖고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거나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21 인천 강화 청년마을 대표를 맡았던 청풍 김선아 이사도 서울에서만 살다가 강화도로 놀러 와 우연한 기회에 청풍에 합류했다. 김 이사는 "처음에는 1~2년 정도 일하다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동네가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지역에 애착이 생기고 이젠 강화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청풍은 지역의 전통·특산품 등 다채로운 자원을 새로운 관점의 콘텐츠로 풀어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화도 여행자들의 허브인 '아삭아삭순무민박', 동네 사람들이 간단한 저녁식사와 술 한 잔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키친 '스트롱파이어', 강화도와 관련한 다양한 지역굿즈를 판매하는 '진달래섬'을 운영하고 있다. 진달래섬에서는 강화도의 아름다운 색과 모양을 표현한 향초 시리즈인 강화도 캔들, 진달래섬 로고를 담은 배지와 양말, 일러스트 엽서북, 동네가게들과 창작자들이 만나 콜라보로 제작한 엽서·배지·스티커·포스터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지역 자산화 차원에서 강화읍 근처 저수지 인근에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할 건물을 짓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추진된 강화유니버스는 강화에 모인 청년들이 섬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로컬 커뮤니티다. 관광지인 강화도도 창업 시 업종이 카페 아니면 식당으로 한정돼 있는 등 다양하지 않고 문화적 인프라도 부족해 지역청년이 빠져나가며 고령화가 심해지는 지역소멸위험지역으로 꼽히고 있었다.

때문에 청풍은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코로나19 등 온갖 풍파를 견디다 못해 지친 도시 청년들이 시골 여행, 섬 한 달 살기, 귀촌 등 도시를 떠나 다른 형태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코자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청년이 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했을 때 관계·생계·공간·정서적 측면에서 안전망이 되어주는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강화유니버스는 지역의 존재를 알고 지역살이 정보를 얻거나 경험해 강화와 관계를 형성하는 '탐색기', 거주지를 지역으로 옮겨왔지만 또 다시 이주할 여지가 남아 있는 '이주기', 해당 지역의 주민이 돼서 살아가는 '정착기'로 각각 나눠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탐색·이주·정착 등 단계별 프로그램 
당장 이주보다 관계인구 확충 중요 

김 이사는 "청년의 지역 이주는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당장 이주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관계를 꾸준히 쌓아가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데 더 중요하다고 보고 계속해 관계인구를 만들어 가는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섬 밖의 청년이 강화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2박에서 6박 동안 자유롭게 머물며 동네가게쿠폰, 로컬밀착투어, 동네친구와 함께하는 저녁회고 등을 통해 지역과 접속하는 '잠시 섬'이 운영됐다. 잠시 섬은 지난해 7회가 진행돼 외지에서 139명, 지역에서 63명 등 202명이 참여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매일 참여 소감을 '잠시 섬'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게시토록 해 강화유니버스 팔로워 확장으로 이어져 강화유니버스의 출입구 역할을 했다.

도시청년과 접점이 부족하다 보니 외지에서 들어온 청년을 손쉽게 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청년이 지역청년을 만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간접으로 경험하고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잠시 섬 호스트', 지역의 안내자 없는 방문은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지역주민이 가이드가 돼 청년과 지역자원을 연결해주는 '로컬 밀착 투어' 등의 탐색기 프로그램은 강화유니버스 참가자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지역의 일원이 되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개성 넘치는 로컬상점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만든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 창작품.
▲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개성 넘치는 로컬상점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만든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 창작품.

이주단계에는 환경·반려동물·춤 등 관심사가 비슷한 청년들을 그룹으로 묶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한 '로컬 라이프 스타일', 금풍양조장·책방·잔잔한식탁·과수원 등 로컬공방이나 식당과 연결해 지역에서의 삶이 가능한 지 알아가는 '로컬에서 살아가기',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를 초청해 로컬상점과 연결하고 이 상점만의 특색이 담긴 8곡의 음악과 8편의 영상을 제작한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청년들이 공동 거주하며 집·직업을 탐색해보거나 구체적인 지역살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 '강화 2주하기', 강화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시골가게 콜라보' 등이 진행됐다.

정착단계에서는 도서관 주택 1·2호, 용진주택 등 강화읍 중심부에 위치한 주택과 아파트 등의 매물을 장기임대해 청년들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 인적 자원을 순환하는 동네 안내자 교육 등이 추진됐다.

지난해 강화유니버스를 통해 50개가 넘는 청년상점이 협업했고 600명이 넘는 참가자가 강화를 방문해 애정을 쌓아갔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관광지나 특산물이 아닌 지역청년들이 지향하는 가치로 지역을 소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의 낭만이 아니라 강화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연대하며 서로 상생하는 로컬의 삶을 추구하는 강화유니버스의 활동에 자극을 받았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청풍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도 중요시 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마을에서 축제를 열거나 원데이클래스, 플리마켓 등을 통해 지역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즐길거리를 만들어 함께 어울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커넥팅 네이버후드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내 애용하는 가게를 SNS에 소개하며 응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서비스 제공자와 손님의 관계가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이사는 "듣는연구소에서 진행했던 지역에서 청년이 이주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기반에 관한 연구를 보면 공간·생계·관계·정서 4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관계나 정서는 지역내 단체가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일자리와 주거 등 물적 기반은 행정의 이해와 행동 없이는 한계가 있는 만큼 청년이 지역에서 자신의 삶의 경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지역내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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