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희(해남읍)

 
 

내 남편은 50대 초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26년간 전기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여름에는 섭씨 40~50도의 찌는 듯한 무더위와 고압에 목숨을 맡긴 채 공공(전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일 한다. 겨울에는 추위로 손과 발, 얼굴에 동상을 달고 살아간다.

피부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고 가려움에 연고를 바르며 한해 한해를 지내면서 어느덧 베테랑 배전 노동자가 되었다.

이런 남편이 최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첫째, 전국과 비교해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노동을 많이 하는데도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협력회사는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인력으로 똑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의 임금은 타 지역보다 월 200만원 정도 낮게 지급된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왜 나는 걸까. 한국전력의 협력업체가 노동자 임금을 이윤으로 착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란다.

둘째, 인간으로서 생명을 지킬 권리를 희망한다. 배전 전기 노동자는 여름철 무더위와 그늘 한 점 없는 전주에 매달린 채 땀에 흠뻑 젖으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한다.

이런 노동자에게 하계휴가를 늘리기는커녕 이젠 없애겠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연차휴가 때문이란다. 올해 내 남편의 연차휴가는 15일이지만 마음 편히 사용한 적이 하루도 없다. 계약직으로 업체를 옮길 때마다 재협상을 통해 휴가를 만들어야만 한다.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파업이 45일을 넘기고 있다.

최근 무더위와 가뭄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다. 이런 전기를 공급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가 크다. 이럼에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가와 하계휴가 보장을 위해 폭염에도 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다.

몇 해 전 전남 서해안에 닥친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 해산물, 가옥, 도로 뿐만 아니다. 전선이 끊어져 곳곳에서 정전되고 전봇대가 유실돼 변압기가 터지는 등 해남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이 큰 피해를 봤다. 그때 전기 복구작업은 두 달 넘게 걸렸다. 남편은 복구작업을 위해 집에 거의 오지 못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잠시 들렀을 뿐이고 잠도 거의 못 잤다.

이런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름철 전력 사용 증가로 인한 변압기 사고, 농사용 전기공급 중단, 태풍 및 차량 충돌로 인한 단전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할 수 없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모든 일을 배전 전기 노동자가 하기 때문이다.

배전 노동자는 전봇대에 오르려면 안전 보호구나 밧줄 등 최대 30㎏에 이르는 장비를 착용한다. 이 과정에서 허리, 어깨, 팔, 다리, 무릎 등 모든 몸에 과도한 힘을 사용한다. 전선에 흐르는 2만2900볼트의 고압을 느끼며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떠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부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배전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고도 잇따른다.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에서 한전 하청업체 소속의 30대 노동자는 전신주에서 작업하다 감전돼 숨졌다. 올해 들어 지난 4월에는 곡성에서 40대 노동자가 전신주 변압기 설치 작업을 하다 작업용 바구니에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배전 전기 노동자와 그 가족은 호소한다. 밟히지 않고 일할 권리, 잘리지 않고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등 근로복지 권리를 가져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배전 노동자의 눈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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