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어제 새벽 해남에 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갈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해남지역은 올해 들어 유독 비가 내리지 않아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의 속까지 태웠다. 지난해에는 시간당 최고 110㎜까지 내리는 등 이틀간 392㎜의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상 현상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올 5~6월 해남지역 강수량은 72.5㎜로 전년보다 133.7㎜가 적었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는 때 이른 폭염으로 농작물의 이상 생육과 병해충 발생 등 피해가 우려됐다.

특히 7월 들어서도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가뭄이 지속됐다. 벼는 잎끝이 누렇게 변하고 고추는 칼슘 결핍과 흰비단병 발생이 증가했다. 고구마도 생육 부진으로 가뭄이 지속될 경우 생육 지연에 따른 더 큰 피해가 예상됐다.

농민들은 연신 저수지에서 물을 양수해 작물에 물을 공급하지만 오랜 가뭄에 저수지까지 말라갔다. 낮아지는 저수율은 가을에 심을 배추 농사까지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가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21일 해남에 비가 예보돼 있어 이번에는 가뭄이 해갈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에 언제 물폭탄이 쏟아질지 몰라 한편으론 걱정도 따른다.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 농사 여건상 농민들은 항상 불안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하면서 농어민들은 생존권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뭄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해남농민들도 지난 12일 서울역에서 열린 'CPTPP 가입 저지 7·12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

날씨 걱정에, 농산물값 걱정에 한시도 편할 날 없는 농심을 풀어주는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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