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간 엄마들 학부모도 교육주체라는 인식 필요

“농촌을 떠나야 할 것 같아” “왜” “아이들 교육 때문에 말이야…” 젊은 농군들이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교육문제가 해결되면 농촌을 떠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해남학교의 문제점은 읍 학교는 과밀이고 면지역은 문을 닫아야 할 실정인데다 특기적성교육뿐만 아니라 기초학력이 미달인 학생이 많아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 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데 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농촌학교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안 된다는 패배의식만 팽배해져 있는 현실이라서 학생들을 둔 부모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해남 탈출을 꿈꾼다. 검사도 교사 앞에서 꼼짝 못한다는 우스개 말처럼 교육에 목을 걸고 있는 학부모들은 내 아이를 잘 봐달라고 불쾌한 치맛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아이 하나만 잘 봐달라는 아부로는 농촌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해남서 일등 하더라도 전국에서 하위권에 속하니까 말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학부모와 학교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서로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교육현장에 반영하는 노력이 있다면 답답한 농촌의 현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남군내에서도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작은학교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문내동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는 1달에 1회씩 운영위를 열면서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 경제캠프를 열었고 도시문화체험을 실시했으며, 방과후에 한문 영어 수학 등 부족한 과목을 교사들이 남아 지도하고 있다.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이 없는 면지역 여건 때문에 부모들이 보충수업을 제기했고 교사들이 이를 받아 드린 것이다. 운영위원인 김민수씨는 “학부모가 되니까 교육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겠더라며 부모들의 이러한 절박한 심정을 학교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꾸준한 대화로 서로의 간격을 좁혀 가고 있다”고 했다. 총원이 7명인 마산 용전분교는 학부모들이 나서 급식문제를 해결했으며 부모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 여름캠프, 마을 어른들을 위한 잔치 등 학부모의 요구사항을 연초 교육계획에 반영해 시행하고 있다. 용전분교 한 엄마는 “읍에서 10분 거리인 용전분교에 교육청이 통학차를 지원해준다면 읍 학교의 과밀을 해소하고 용전분교도 학생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읍내 학교신설문제를 꼬집었다. 송지면 서정분교는 한층 더 나아가서 교육은 교사가 맡고 방과후 수업은 학부모들이 맡아 운영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방과후에 피아노 미술 영어 컴퓨터 요리 노작활동 글쓰기 오르다 독서교실 해남 바로알기 등의 강사로 나서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은 가방 없는 날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열악한 학교교육을 학부모들이 참여해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행복한 학교, 사람이 보이는 학교, 공교육의 새로운 희망 찾기를 시도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농촌의 교육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실험적인 노력을 하는 학부모들은 실험이라는 것과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교육목표가 ‘배움의 성취’가 아닌 ‘배움의 행복’이라는 것 때문에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서정분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김미옥씨는 “판검사로 키워 해남을 빚낼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는 교육의 현실이 전문 농사꾼을 꿈꾸는 아이들의 꿈을 꺾어버리고 있다”고 교육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농촌의 작은학교에서 아이교육의 주체로써 부모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학교라는 공교육의 틀에서 이러한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또 다른 치맛바람이 일고 있다. 이 바람이 공교육에 희망을 제시하고 농촌교육을 살릴 수 있는 유쾌한 것이라면 이 바람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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