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조합장 2심 재판도 허송세월
1심 선고 10개월 만에야 첫 공판
내년 선거 이전 확정 판결 불투명
위탁선거법 재판기간 개정 목소리

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고, 당선무효형이 선고됐지만 확정판결이 나지 않아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 화산농협 조합장과 관련한 재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상진 화산농협 조합장은 지난 2019년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9년 9월 기소된 지 무려 2년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후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해 광주지방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인데, 문제는 2심마저도 재판 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1심 판결 10개월 만인 다음 달 6일 첫 공판 날짜가 잡혔다.

재판부는 "항소심 접수 사건이 많아 기일을 지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접수 순보다 빨리 재판 날짜가 잡힌 것이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2심에서도 기일 변경은 물론 증인 신청 등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판결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2심 판결 이후 3심까지 갈 경우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2015년부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에 따라 전국의 농협과 축협, 원예, 과수, 수산업, 산림조합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데 내년 3월 8일에 제3회 선거가 치러진다.

물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재판을 받을 권리도 있지만, 바꿔말하면 어떻게든 당선만 되고 나면 임기를 채울 수 있고 재판 중에도 다음 선거에 다시 나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조합장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고 위탁선거법 적용을 받다 보니 재판 기간과 관련한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제270조에 의해 '선거사범의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 제기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공소 제기 후 1년 안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비리로 얼룩졌던 조합장 선거문화를 바꾸기 위해 위탁선거법을 개정해 공직선거법처럼 재판 기간을 강제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오영택 협동조합개혁과 감시를 위한 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재판을 질질 끌며 선거 비리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돈 선거가 관행이 돼버렸고 전체 지방선거까지 혼탁해지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조합장도 조합원 유권자에 의한 선출직인 만큼 공직선거법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