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3년 3개월 전인 지난 2019년 3월 실시됐다. 화산농협 조합장은 당시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6개월 뒤인 그해 9월 기소됐다.

그리고 2년 만인 지난해 9월 1심 선고공판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또 10개월이 흐른 다음 달 초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에서 첫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2심 선고도 아닌 첫 공판이 기소된 지 2년 10개월 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2심 재판부로 넘어온 지 10개월 만에야 첫 공판이 이뤄진 데 대해 '사건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여러 사정이 얽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상 2심 공판이 진행되더라고 언제 판결이 이뤄질지 모를 일이다. 이 사건을 2년간 질질 끌었던 1심 재판부가 증인 불출석, 복잡한 사건, 법원 인사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다면 그 시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의 이런 허송세월은 피의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합장의 4년 임기는 내년 3월 끝나고 3회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까지 확정판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을 위반해도 임기를 다 채울 뿐 아니라 똑같은 자리에 다시 출마하는 상황이 벌이질 수도 있다. 확정판결 이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당연하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정말 모순이다.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는 조합장 선거에 적용하는 위탁선거법을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사범의 판결은 1심의 경우 기소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의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선거사범은 대법원 판결까지 1년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위탁선거법도 공직선거법처럼 재판 기간을 규정함으로써 조합장 선거문화를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의 조합장이 재임 내내 재판정을 들락거리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다. 하물며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도 똑같은 자리에 다시 나서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적절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 조합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조합에도 큰 누가 된다.

재판부는 사법 정의의 최후 보루이다. 굳이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선거 사범에 대해서는 신속 재판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재판을 질질 끄는 것은 법을 사문화(死文化)시키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늑장 재판으로 피의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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