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없다" "바쁘다" "출장간다"
군청에 신고하자 3일간 허송세월

▲ 해남천에 오폐수가 유입돼 하천 속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 해남천에 오폐수가 유입돼 하천 속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해남천에 오폐수가 다량 유입됐는데도 수일이 지나서야 조치가 이뤄지는 등 관리부실과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남읍에 사는 A(70) 씨는 희망원 뒤쪽 해남천으로 오폐수가 유입돼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 6일 해남군에 신고했다. 하천에서 시궁창 냄새가 심하게 나고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는 피해가 났다. 또 해남천은 인근 농경지 농업용수로도 사용되는데 오폐수가 용수로를 통해 모내기를 한 농경지로 유입된데다 새로 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조치를 할 수 없어 논에 심은 모가 말라 죽고 있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지난 6일 해남군 민원실에 첫 신고를 했는데 휴일이라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들었고 이튿날 114로 전화번호를 찾아 담당 부서에 연락했지만 군에서 주관하는 행사 때문에 바빠서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8일 오전에서야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이번에는 출장을 가야 한다며 다시 연락을 준다는 얘기만 남겼고 결국 전화도 없자 A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은 뒤 이날 오후 늦게 상수도사업소를 찾아가 민원을 접수했다. 처음 신고 전화를 한 지 사흘이 지난 이후에야 오폐수 유출 사고 신고를 접수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민원을 접수한 상수도사업소는 9일 긴급공사를 통해 파손된 오폐수 관로를 수리했다. 이미 오염될대로 오염된 해남천은 자연정화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A 씨는 지난달 28일부터 해남천에서 악취가 나고 이끼가 잔뜩 끼는 등 문제를 목격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6일 신고를 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고, 신고를 해도 제때 처리가 안 되며 사실상 사고가 난지 10여 일 동안 방치된 셈이다. 결국 피해가 확산되고 나서야 조치가 이뤄졌다. 사고 신고와 민원 접수, 처리, 업무 협조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마저도 늑장 대처로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관로가 파손된 상황이라 상수도사업소 소관이다"라고 밝혔고, 상수도사업소 측은 "지난해 폭우 때 피해를 입은 지점에 최근 보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장비가 관로를 건드려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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