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마른 논 갈아엎어 고랑 둑 만들고
맑은 물 논바닥에 흘려보내면 
들판의 봄 내음 아지랑이 핀다
못자리 논물 차고 흙물 가라앉아
평평한 모판 바닥 훤히 드러나면
일손 바쁜 농부 볍씨 싹 틔우고
조심조심 모판에 고루 펼쳐뿌린다
한 해 농사 풍년 빌고 정성으로 보살피면 
볍씨 모종 훌쩍 자라 푸른 숲 만들고 
뿌리로 맑은 물 빨아들인 뒤
잎사귀 두 손 모아 찬 이슬 마신다
한낮의 햇볕에 모 줄기 굵어지고
하얀 뿌리 여러 갈래 퍼져나가면 
메뚜기 날아들어 풍년 농사 빌어 주고
풍뎅이 날개 저어 모판 위 맴돈다
곱게 자란 못자리에 모내기 시작되고 
농부의 노랫가락 온 들녘에 울려 퍼지면
하루해 저 산 너머 저녁노을 만들고
모내기 끝낸 농부 가쁜 숨 몰아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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