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1805년생인 프랑스 정치철학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일찌감치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지역민이 부지기수다. 아마 자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정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절망 때문일 것이다. 6월 지방선거로 갖게 된 새로운 지방정부가 지역민들의 수준에 맞는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역민들에게는 이번 지방선거만큼 맥 빠진 선거가 없었다고 한다.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탄하게 재선을 노리는 도지사 후보의 선거운동은 형식 수준에 그쳤다. 더구나 해남군수 후보는 무투표 당선으로 선거 자체와 멀어져 있었다. 제1선거구 도의원 후보 또한 무투표 당선이니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진 것이다.

특정 정당의 지지도가 강한 우리 지역에서는 '경선이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만 받으면 '따 놓은 당상'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선거에서도 큰 이변이 없었다.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특정 정당을 혼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다. 제2선거구에서 특정 정당 공천후보를 누르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이 화젯거리다.

시·도지사 후보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초저녁부터 채널을 돌려버렸다. 출구조사 수준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정확도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보나마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단지 경기도지사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와 초반 개표과정에서 승리와 멀어진 듯 했으나 새벽 5시에 90% 개표가 끝나면서 역전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광주와 전남·북, 제주에 파란색 당색이 입혀졌지만 다행히 수도권에 파란물감을 한 방울 색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선거는 당선인과 낙선자만 존대한다. 올림픽은 은메달, 동메달이라도 주어지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2등과 성공한 당선자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경제적 손실도 심각해 가계가 휘청거리고 경제적 부채와 도덕적 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선거에 뛰어드는 것일까. 어떤 이는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들은 마치 '뽕'을 맞은 것처럼 당선을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연, 혈연, 학연을 자산으로 미리 계산해 본 득표수가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낙선자들을 위로하면서 모든 후보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에 친구들의 추천, 강권으로 나선 친구가 무사히 반장이 된 후에 위기가 닥치면 '그랑께 내가 안 한다고 했는디'라면서 반장이기를 포기한 사례를 수 차례 봤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단지 선택받지 못한 모든 출마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한 해남군수와 제1선거구 도의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당부의 말도 전한다. 도도새의 교훈을 되새기라는 것이다. 정치도 그렇지만 생태계에서도 천적이 없으면 스스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 섬에 서식했다가 멸종한 새다. 이곳에서 이 새는 아무 방해 없이 살았기 때문에 하늘을 날아야 할 필요가 없어져 날 수가 없게 됐다. 그냥 땅에 둥지를 틀고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먹고 잘살았지만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원숭이와 설치류들이 함께 들어와 멸종에 이른 것이다.

스스로 정치적 천적이 있는 것처럼 자기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치르지 않았으니 논공행상을 할 필요도 없다.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을 능력과 무관하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부담이 없어진 것이다. 오로지 지역민을 위한 군정과 도의회, 군의회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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