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고향 해남에 터를 잡기 전 이곳저곳 떠돌았다. 소위 '좋은 곳'도 몇 군데는 거친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이보다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하였던 탓이다. 필자의 달마산 사랑이 심각(?)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어릴 적 떠났던 산을 해마다 찾아봐야 만족했을 정도다.

이 산이 너무 좋다. 이곳에 터를 잡겠다고 했을 때 몇몇이 그랬더랬다. "그 깡촌 오지에 들어가 어찌 살겠다는 거냐?" 나는 늘 그랬었다. "달마산의 별이나 바람처럼 살지 뭐."

그런 달마산인데, 입구인 현산면 월송마을에서 미황사 아래까지를 보자. 거대한 축사단지다. 명산인 달마산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어찌 비칠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달마산이 보이면 탄성을 지르고 차창을 열어젖힐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차창 밖으로 들이대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을 상상해 보라. 속을 뒤집을 것 같은 악취에 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태양광 전지판들…. 탄성은 짜증으로 돌변하고 말 것이다.

주민으로 살고 있는 필자도 날마다 느끼는데 관광객이야 오죽하겠는가? 굳이 이곳에 이런 시설들을 허가했어야만 했을까? 나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찬성한다. 미래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것을 적극 주장한다. 그래서 탈핵을 지지하고 화석연료에너지를 반대한다. '그 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자. 이제라도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렇지만 친환경을 강조하는 재생에너지원이 환경을 파괴하고 삶을 몰아내는 상황이라면 이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처럼 무분별한 개발과 시설로 삶의 터전을 흉물화하는 것, 이건 정말 아니다. 산을 파괴하고, 경작지를 잠식하고, 사람의 생활을 방해하는 건 아닌 것이다. 꼭 그곳에 시설해야 하는가?

또 해남의 바람과 햇볕이 소수의 이득과 욕망을 위해 소비되고 파괴돼도 되는가? 바람과 햇볕이 그들의 소유물인가? 이것은 풀이나 동물이나 모든 생명체를 위해 존재하며, 공공재이다.

어차피 있는 거 좀 활용하는 게 뭐 어쨌다는 거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또 그게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 아니냐고 대들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친 도랑에 가재는 사라졌고, 꿩 먹고 알까지 먹어버리면 머잖아 다 멸종한다.

다시 달마산을 생각해 보자. 이대로 무분별하게 축사단지로 변하고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한다면 누가 달마산을 찾을 것이며, 이곳에 사는 누가 행복하겠는가? 그 미래가 끔찍하지 않은가?

요즘 농촌에선 못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 크다. 논에 물이 가득 차야 농민들은 속이 든든하다. 농민들 걱정이 그 개발이나 파괴 욕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해남의 자연, 특히 태양은 사적 욕망이나 이득 추구의 도구가 아니다. 해남의 일조량은 어디에 견주어도 최고라 한다. 햇볕이 가장 좋다는 얘기다. 그 빛의 품질이 최고라는 얘기도 될 것이다.

이 좋은 태양빛은 해남의 풀을 키우고 나무의 광합성을 일으킨다. 해남바다에 싱싱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논밭에서 곡식을 키운다. 해남의 식재료가 달리 좋겠는가. 해남의 공기맛을 보라. 필자가 달마산 언저리에 터를 잡은 이유 중 가장 앞에 두는 이유다.

해남의 생태자연을 누리고 싶다. 당신들은 내 행복을 침해할 그 어떤 권한도 없다. 그만 만족함을 알고 자중해주길 바란다. 오늘 여기서 떠들고 있는 나는 그저 당신과 공존하고 싶을 뿐이다.

5월의 신록은 푸르러 가는데 자연은 녹슬고 있다. 나는 감히 말한다. "그것은 당신 때문이다." 이래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너무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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