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북일면 주민자치회장)

 
 

도시의 아파트 숲을 벗어나 노후에 편안한 일상을 꿈꾸며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은 꿈,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에 그리는 로망일 것이다. 누군가는 40대의 젊은 시절에, 누군가는 그야말로 70대의 황혼기를 마무리하려고 귀농(귀촌)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귀농, 짓지 않으면 귀촌이라고 하지만 삶의 터전은 농촌이다. 농촌으로 들어가서 사는 삶을 편하게 귀농으로 부른다면, 농민에게 귀농은 어떤 의미일까. 농사가 편안한 삶의 방편이 전혀 아님에도 농사짓는 삶을 로망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결심하고 무언가 사는 장소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자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일단 자기 집을 리모델링한다. 그리고 그 중 아주 소수는 살고 있는 집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아예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고 농촌으로 들어간다.

귀농,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답은 없다. 각자 삶의 주인공인 우리,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존재인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이면서 각자의 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여생을 편하게 전원에서 즐기면서 살고자 귀촌하는 분들, 무언가 흙을 밟으며 살고자 귀농하는 분들, 도시의 무한 경쟁에 몰린 삶을 털고 자유롭게 살고자 귀농하는 분들, 모두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농촌에 들어간다.

농민들에게 이사 오는 분들은 모두가 떠나는 시골에 이웃으로 들어오는 손님이기도, 흥미로운 이웃이기도, 귀찮은 이웃이기도, 불편한 이웃이기도 할 것이다. 귀촌하는 분은 거기 계신 분들이 텃세 안 부리고 받아주기를 바랄 것이고, 동네 주민들은 예의 바르고 마을 분들과 잘 어울리면서 잘난체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바랄 것이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자기에게 이롭길 바라는 시각으로 본다. 대충 큰 문제 없이 살다가도 사소한 일에서 감정이 뒤틀리고 으르렁대며 사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주거는 함부로 바꿀 수 없으니 그냥 참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농촌 지역이 시행하는 귀농 정책은 행정 보기 편한 방법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많은 제약 사항을 두고 있고, 500만원 내외의 금전적 지원책을 두고 있다. 현실 망각형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 적은 돈으로 집의 어디를 고칠 것인가. 어설프기 그지없다. 그런 정책으로 줄어드는 인구를 어떻게 막을 심산인가. 현실에 맞게 대폭 고쳐야 할 제도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의 인구가 많은 농촌에 나이 많은 은퇴자들을 귀농 정책으로 우대하는 일은 무언가 잘못됐다.

농산어촌 단기 유학 정책 또한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교육 쇼핑객들을 위한 헛된 낭비책이다.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조금만 제도를 바꾸면 젊은이들이 농촌에 많이 올 것이다. 보여주기식 말 잔치 정책,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유치한 정책은 모두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농촌은 인구 감소지역도, 지역 소멸 지역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곳이다. 농촌으로 오고 싶은 분들이 선택해서 오는 곳이 아니라, 농촌에 오고 싶은 분들을 우리가 선택해서 모시는 곳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과감한 실천과 그에 따르는 농촌 인구 시책이 필요하다. 해남군청 혁신공동체과의 구호처럼 '자율, 혁신, 면책'의 길을 걸으면 농촌은 바뀐다.

프랑스 작가 카뮈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운이 없는 것이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고 싶다. "농촌의 삶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운이 없는 것이지만, 귀농을 꿈꾸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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