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 차 비법 계승하는 스님들
전통차 중심 해남 알리기에도 앞장

▲ 찻잎의 표피를 벗겨내는 작업과 건초 작업을 하고 있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
▲ 찻잎의 표피를 벗겨내는 작업과 건초 작업을 하고 있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
▲ 큰 솥에 찻잎을 넣고 살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큰 솥에 찻잎을 넣고 살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일 녹차를 만드는 작업장인 대흥사 차덖음장. 스님들과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모여 녹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 아침 대흥사 녹차밭에서 따낸 찻잎은 최고 350도에 달하는 큰 솥에 담궈지고 이리저리 저으면서 수분을 빼내 숨을 죽이는 '살청' 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찻잎 표피를 벗겨내 안에 있는 독성 성분을 빼내는 '유념' 작업이 이뤄진다. 그리고 좋은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건초' 작업으로 이어진다.

세 단계 과정을 최대 아홉 번까지 반복하고 다시 솥에 고루 돌려주면서 향을 묶어주는 향 덖음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대흥사의 전통녹차가 탄생한다. 바짝 마른 녹차 원료는 기존 찻잎의 10분의 1 크기로 줄어들지만 맛과 향은 그 전통만큼이나 깊음을 내뿜는다.

이 모든 과정은 조선시대 초의선사가 일지암에서 차를 가꾸고 연구한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대흥사 전통녹차는 절기상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봄비가 내린다는 곡우를 전후로 최상품의 찻잎을 따낸 뒤 부처님오신날까지 오로지 20여일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대략 한해에 녹차 1000통 정도로 생산량도 많지 않다 보니 판매는 되지 않고 스님들의 참선용이나 신도들이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접용, 그리고 절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와 다례제에 사용된다.

법은 스님은 "찻잎에서 깊은 향과 맛을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녹차 만드는 일이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우리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20여일 차 만드는 일에 열의를 마치는 스님들은 초의선사의 '다선일미' 사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다선일미 사상은 선과 도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우리의 생활 속에 있다는 뜻이다. 녹차 만드는 전통과 그 사상까지도 수백 년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대흥사는 차덖음장을 개방해 그동안 템플스테이 참여자나 외국인, 차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녹차체험장을 운영해왔지만 시설이 낡고 좁아 한계를 보여왔는데 조만간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을 넓히고 시설도 보완할 계획이다.

대흥사 주지인 상해 법상 스님은 "해마다 스님들이 모여 차 만드는 작업을 통해 초의선사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며 서로 화합하는 장이 됐다"며 "우리나라에서 경내에 차 체험장이 있는 곳은 대흥사 뿐으로 앞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우리나라 녹차의 중심지인 대흥사와 해남을 곳곳에 알리고 관광과 연계한 체험장으로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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