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규((사)한국습지환경보존 연합이사장·이학박사)

 
 

해남군의 군화는 동백꽃이다. 동백나무는 동백나무과 동백나무속에 속하는 200~250종 가운데 한 종이다.

우리나라에 나는 동백나무속 식물은 동백나무 1종밖에 없다. 이 나무는 상록활엽수이고, 봄에 붉고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고, 가을에 석류를 닮은 둥근 열매가 익는다. 특이한 것은 동박새는 꽃가루를 수정시켜 주고 동백은 꿀을 제공하는 상생관계의 새나름꽃이다.

동백은 현재 겨울 冬(동)자, 나무 이름 柏(백)을 쓰고 겨울에 꽃이 피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조상들이 남긴 시문, 지도, 지명 등에 겨울 冬, 대들보 棟, 동녘 東, 오동나무 桐, 아동 童 등 여러 글자로 기록되어 있다. 백도 나무 이름 柏, 흰 白, 일백(온) 百 등으로 나와 있다. 제주도의 동박이오름을 비롯하여 전국에 '도박골· 돈박골· 동박새· 동백섬' 등 여러 가지 사물과 땅 이름이 해남에서는 '돈백골·돈북골·돈북섬·동백낭골' 등으로 남아 있다. 또 정약용 선생의 시문에 봄에 꽃이 피는 것을 '춘백'이라 하는데 대둔산에 이 꽃이 많다.

일본 최초의 역사서 고사기에는 왕비가 지은 시에 동백을 우리 한자 발음으로 '도파기(都婆岐)'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의 만엽가나 음은 '토바키'이고 현재는 일본에서는 동백을 꽃이 '봄(春)'에 꽃이 피는 '나무(木)'라 하여 '춘(椿)'으로 적고 '쓰바키'로 발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백꽃은 겨울에도 피지만 그 비율은 극히 미미하여 1% 이하이다. 99%가 봄에 피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우리말에 물건을 자르는 받침을 '도마,' 길이가 짧은 고기를 '도미', 똥똥하고 살찐 짐승 새끼를 '도야지(돝)', 잘린 물건을 '돔배기'라고 한다. 이른 사실로 고찰하여 볼 때 동백의 어원은 '도바기'로 그 의미는 '갈에 잘린 것 같이 통째로 떨어지는 꽃'이고 일본 이름 '쓰바키'는 우리 이름 '도바기'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에서 동백기름은 매우 귀중한 미용재이고 약이었다. 신라의 수출품이기도 했다. 일본은 스스로 고대 동백기름 짜는 기술이 삼한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동백에 관한 고대 기록은 중국의 화경(3세기 촉), 이태백시집주, 태평광기, 유사찬요 등 문헌에 동백을 해외(신라)에서 들어온 석류 닮은 식물이라 하여 '해석류(海石榴)'로 표기했다. 최초의 동백 관련 시는 남조 강총의 춘일산정(春日山庭)이고 이후 당송시대 동백 시문 다수 있다.

현재의 이름 '동백'이 최초로 수록되어 있는 시문은 고려 때 이규보의 시 '동백꽃(冬柏花)'이다. 그는 동백을 송백보다 나은 최고의 꽃이라고 읊었다.

'복사꽃 오얏꽃 비록 아름다워도/투박한 꽃 믿을 수 없도다/송백은 아리따운 맵시 없지만/추위에 견디기에 귀히 여기도다/여귀 고운꽃 달린 나무 있어/눈 속에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곰곰이 생각하니 송백보다 나으니/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도다'

동백꽃 시조는 윤선도가 추자도 유배지에서 읊은 다음의 시조가 거의 유일하다.

'동백화 피운 꽃은 눈속에 붉으시니/설만장안에 학정홍 의연하다/어꺼제 그런 바람 간밤에 이런 눈에 높은 절 고운 빛을 고침이 없어시니/춘풍도리화는 도로혀 부끄럽다'

민요로는 '동백꽃 향기롭다 바구니 옆에 끼고'(울릉도 민요), '동백 따는 아가씨 고운 아가씨' 등이 있다. 전설은 선운사의 동백 등이 있다. 우리 문화에서 동백기름은 머릿기름·식용유·약용 등으로 사용되었고 동백꽃은 청렴과 절조·신성과 번영·다자다남·사랑과 신의 등을 상징한다. 우리의 동백꽃 문화는 세계 동백꽃 문화의 원류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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