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9회 해남군민의 날' 행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옥내와 옥외를 번갈아 가며 열리는 '군민의 날' 행사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열리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홍보대사와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의 축하영상, 내빈 소개, 기념사와 축사 등으로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초청 인사와 군민 등 7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군민이 설 자리는 좁았다. 들러리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앞에 위치한 좌석마다 수많은 이름표를 달아 지정석을 만들었다. 내빈 소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군민의 눈높이에 전혀 와닿지 않는, 너무 형식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는 게 무리가 아니었다.

국민의례에 이어진 내빈 소개는 기관사회단체장 등 100명 가까운 인사들이 호명됐다. 단체로 소개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200명 정도가 자리를 일어서야 했다. 이들 인사를 소개하는 데 10분 이상의 시간이 할애됐다. 사회자도 참석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코멘트를 보내야 했다.

군정 발전유공자 20명에 대한 시상에 이어진 군수의 기념사, 국회의원·군의회 의장(직무대리)·재경해남군향우회장의 축사도 20분 넘게 진행됐다. 대부분이 그동안의 성과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내용이다.

'회의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2~3개 넘는 주제를 들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듣는 사람의 입장도 존중해줘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군민들은 행사 마무리 수순인 퍼포먼스의 모델과 박수부대로 동원됐다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내에서 이뤄진 행사인 만큼 의전에 치중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군민의 날 행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군민이 되어야 하고 군민이 축하받아야 할 자리이다. 이런 자리가 행사 주최 측이나 기관장들의 얼굴 알리기나 홍보 무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오랜만에 열린 해남군민의 날 행사가 이런 부문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군민에 대한 배려가 좀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남의 주민자치는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그러면서 군민의 자치 의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군민이 자리하는 행사에서는 이런 군민의 눈높이에 맞춰나가야 시대에도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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