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커커필드-학교해남 대표)

 
 

'어른'은 앞서 산 인생의 선배이자 후배들에겐 시시각각 겪는 어려움에 단비 같은 지혜를 주는 이일 것이다. '어른의 지혜', 삶의 과정에서 차곡차곡 우여곡절로 쌓여 온 귀한 이야기들. 또한 참고해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껏 나누어 주는 것. 어른의 어원을 살펴보았다. '확립된 자아를 가지고,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또는 '결혼으로 평생의 삶을 함께하는 남녀 모두에게 이르는 얼운 사람'에서 나온 '어른'에서 볼 수 있듯이 어른은 신체적 성장으로 인한 나이에 맞는 명칭이 아닌 '성실히 살아 온 삶이 반드시 토대가 되어 앞선 세대로서 후세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제시할 수 있는 그 또는 그녀'가 되는 것이다.

이에 연륜이 더해져 후세대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65세 이상의 '어른'을 가정한다면 해남 군민 6만8736명 중 2만9344명으로 42.69%의 구성이다. '성숙된 사회' 구성 환경 조건이다. 지역을 위해 60여 년 이상을 살아왔고 지역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아끼며 묵묵히 자식을 키워냈을 당당한 어른일 거다.

오늘의 해남이 바로 그 어른들이 가꾸고 일궈 온 모습이며 후 세대에게 보여 줄 미래인 셈이다. 한편, 여성 어른과 남성 어른은 각자의 역할과 특성이 있으며 서로 상호보완적일 것이다. '어른'의 가정은 집 안, 밖으로 있는 다양한 일에 마주한 각자의 생각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탄탄하게 다져진 남녀의 온전한 조화라고 한다. 해남은 이러한 온전한 가정들이 515개 마을로 확장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지방분권의 시대를 준비하고 지역소멸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그간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주민자치 활동과 민관협력은 해남지역의 여러 가지 상황을 돌아보게 했으리라. 좋은 정책이 와도 지역의 토대와 형편에 따라 뿌리를 잘 내리고 잘 자라나게 할 수 있다. 온 어른들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것이 바로 '책임'있는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다.

소외되는 어른이 없이 누구나 그들의 목소리를 낼 곳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불편한 정책에 공적인 자리일수록 더더욱 남녀 어른의 동일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안에 잠식해 있는 성별과 신분과 나이의 벽을 모두 모두 허물어 던져 버려야 할 때다. 해남에서 나고 자란 아동 청소년이 평등하고 존중받도록 환경을 제공 해야 하며 행복할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어 어른의 사회를 배우고 가꿔 갈 수 있도록 해남의 '어른'이 나서야 할 때다.

권력을 독점하려고 상대의 활동은 제약하고 무시하거나 늘 당연하다는 듯 수많은 공적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을 다양하게 만들어왔는지 꼼꼼하고 섬세해야 할 때다. 이럴수록 남녀의 '얼운' 관계가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해남군 여성인구는 3만4812명이다. 절반보다 많은 해남의 여성 어른들은 참으로 겸손하시다. 늘 남성 어른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지혜를 드러내지 않으며 바다로 논과 밭 사이로 열 일을 하신 후에도 어김없이 집에 돌아와 가족을 위해 밥을 짓는 엄청난 사랑의 에너지원이다. 민관협력의 공적인 자리에서도 주요자리는 늘 남성 어른에게 양보하신다. 양보는 미덕이라고 했다. 양쪽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것이면 그 아름다움은 두 배가 될 것이다.

모두가 표현할 기회를 얻는 것은 기본권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래서 조화로울 수 있다. 역할이 나뉘고 서로가 이해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으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그래서 많은 것이겠다.

해남의 미래, 지금이라도 무엇을 잘해왔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돌아보고 바로 실천할 때 온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잘하는 것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지금껏 받아 온 수많은 배려를 '얼운' 동반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때다. 일을 더 집중해서 잘할 수 있는 후세대들의 성장의 기회를 확보해주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해남의 '책임' 있는 '어른'들의 배려와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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