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목포대 강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간발의 차이로 검사 출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3월 10일 이후,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았다. 20년 가까이 집안에 TV를 두지 않은 채 살아가는 필자도 그런 류에 속하는데 얼마 전 갔던 미용실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봤다. 아직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날, 하루에 밥을 네 끼 먹었다고 하더니만 취임을 며칠 앞둔 그의 얼굴은 선거 이전보다 부었는지 살쪘는지 더 좋아 보였다. 취임을 며칠 앞두고 강원도 주요 도시를 찾아 강릉의 외손임을 또 자처하며 공약의 실현을 거듭 내세웠는데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자가 참석했다는 기사가 포털에 도배를 한 날이었다. 복잡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정책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아 수척해졌을 거라는 기대는 그냥 기대였을 뿐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긴장감이 돈다. 활기차면 더없이 좋겠지만 해남은 조용하기만 한 것 같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행사장에서 건네받는 명함 정도로 선거철을 느낄 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현 군수를 제외하고는 군수 후보가 없다는 점이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물론, 후보자 등록일이 1주일가량 남아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해남은 군수들이 구속되어 행정 수장의 부재 기간이 길다. 그래서 모든 것이 쇠락하고 낙후되었다. 군민은 좌절감에 사로잡혀있었다. 우리가 8년 전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기억 속에서 지우면 안 되는 것처럼 지난 군정의 공백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군수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의제 민주주의제도 자체가 유권자는 투표로 성과를 평가하면서, 나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 사람을 뽑는 행위가 가장 큰 정치 참여라 할 수 있는데 유권자들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생각하고 토론할 장이 마련되지 않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또한, 요즘 열리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보면, 서초동 골목 맛집은 모두 꿰차고 있고 하루 세 끼 면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면 애호가이며 치킨에는 맥주가 어울린다는 등 술과 안주의 조합에도 해박하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 만큼 정책보다 식성을 먼저 알린 대통령 당선자는 주변 사람들도 참 요란하고 시끄럽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상식과 공정을 국정 기조로 앞세운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는 상식적이고 공정한 삶을 살아온 자들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기막힐 뿐이다.

몇 주 전 해남신문에 지방선거 후보자로 거론된 인물들의 전과를 보도한 기사가 생각났다. 사람이 살다 보면 법을 어길 수 있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놀랍고 실망스러웠던 것은 전과 내용이었다. 뇌물수수, 상습도박, 사고 후 미조치, 음주측정 거부에 무면허, 음주, 폭력, 근로기준법 위반, 도주차량 등등. 청문회 당사자들에 비하면 아주 작고 사소할 수 있지만 비겁하고 부도덕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군의원이고 도의원이었다.

그런데 더 웃긴 일은 이번 지방선거에 그들이 속한 당에 의해서 또 지명된 이들도 있다는 거다. 매우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또한 아무 당에도 속하지 않은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선거 그 자체가 불공정하다. 그렇지만 나를 대신하는 의원이 공정하면서 상식적인 사고를 갖고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면서 일도 잘하는 기본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한 지인이 있다. 60년 넘게 해남에서 살아온 그 지인에게도, 30년 이상을 해남에서 사는 필자에게도 이번 선거엔 그런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