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

 
 

꿀벌 농가들이 난리다. 그들은 꽃 피는 봄이면 벌들과 함께 꽃을 찾아 꿀을 생산해 왔다. 그런데 벌통의 벌이 죽어가고, 집 나간 벌들이 돌아오지 않아 벌 농사를 망쳤다.

전남을 포함해 경향 각지에서 그렇다. 경제적인 손실만 하더라도 수천억 원. 유럽도, 미국 캐나다도 그렇고, 아마 전 세계적인 현상일 것이다.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한참 전부터 등장했던 심각한 세계적인 문제였다. 

세계적으로 양봉 벌 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꿀벌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지고 있다. 벌과 나비는 대표적인 자연계의 수분(꽃가루받이) 매개체 곤충이다. 꿀벌은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가져다주고, 우리가 날마다 먹고 있는 다양한 식품도 수분을 통해 키워주었다.

식품 중에서 벼나 보리, 밀 옥수수 등 곡물은 바람이 수분 매개체의 역할을 하지만 사과·배·토마토·딸기 등 과일류나 견과류, 야채 등은 벌과 나비 등 곤충이 그 역할을 한다. 야생의 동물들과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수많은 종류의 열매들과 식물들도 벌과 나비가 수분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곤충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생태계가 삭막해지고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왜 양봉 벌과 자연계의 벌들이 생태계에서 사라질까? 유럽 등지의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자와 환경단체에서는 독성 살충제 농약의 남용,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의 사용, 그리고 서식지 상실, 또한 대기오염이나 기후위기(폭염이나 가뭄 등 기상이변), 각종 질병 등을 지적하고 있다. 

농약은 해충 뿐만 아니라 유익한 벌·나비까지 죽인다는 사실을 농민들도 익히 알고 있다. 도시화와 각종 개발로 그들의 삶터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벌과 나비를 볼 수 없다. 각종 오염, 기후위기로 사람들도 건강을 걱정하는 세상인데 곤충들이 건강할 수 있겠는가. 벌·나비의 폐사 원인은 앞서 지적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고 있다. 

그들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요인들을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독성 살충제 농약의 남용을 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유럽연합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농약을 당장 금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유기농 생태농업으로 가야 한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로 그들의 서식처를 보호해야 한다. 각종 공해, 기후위기는 지구적인 공통의 과제로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나 국회, 전남도 등에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자연계의 벌도, 양봉농가도 보호해야 한다.

정부나 전남도에서는 벌과 나비를 살리는 '벌 나비 등 곤충보호법(혹은 조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농약사용 남용을 막고,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농약의 금지, 벌 ·나비 보호를 위한 시책, 양봉농가의 보호 및 피해 보상,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등을 규정한 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벌은 자연계의 '핵심 생물 종(Keystone Species)'이다. 전남의 대표적 특산품인 나주배는 사람이 인공수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특수한 경우일 것이다. 자연계에서 벌·나비의 수분 매개체 역할을 사람이 대신할 수는 없다. 자연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인류에게 달콤한 꿀과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며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수천년 역사를 함께 해왔다. 결코 우리는 그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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