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대통령직속 농특위 분과위원)

 
 

농민운동과 먹거리 운동진영은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이 지역농업의 활로를 찾아줄 대안이면서 먹거리 분야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갈 인류의 생존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국가와 지방정부는 더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운동진영의 목소리에 화답하고 있다. 해남 또한 먹거리 관련 제도를 만들고 센터 등 기구를 만들어 지역에서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려 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운동진영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행정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이건 뭐지'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 의구심은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행정과 당사자인 지역민의 의견이 애초 활발하게 소통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례를 만들고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타 지역 사례를 견학하는 등 행정은 아마도 해야 할 행정 행위를 꼼꼼히 다 진행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필자는 애초 지역민의 의견이 수용되지 못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가지는 것일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먹거리 정책의 철학적 뒷받침에 따른 지역의 치열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적 접근만 진행되었다는 판단이다. 

운동진영에서 제시하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는 종합적이고 정기적인 전략계획으로 지역 내 취약계층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포용 정책이면서 자원 낭비, 환경 훼손 등을 해결하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 정책이다. 또한 로컬푸드처럼 지역 내 생산된 농산물의 지역생산-지역소비 등 지역자생과 가공, 유통, 소비,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먹거리 체계의 전 과정에서 주민의 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 활동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자치 분권적 지역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장기적인 지역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먹거리위원회'라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운동진영이 제기하는 먹거리 선순환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화성, 완주, 군산 같이 모범이라 불리는 지역의 경우를 살펴보면 학교급식 공급운동부터 로컬푸드 운동,그리고 먹거리 선순환 구축까지 지역의 이해 당사자간에 치열한 협의와 논의, 그리고 조직의 전환이란 과정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남의 경우는 어떠한가? 과연 먹거리위원회라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의 먹거리 정책을 고민하고 소통하고 있는가? 먹거리 선순환의 주체인 생산자, 소비자, 가공업자 등 민간이 지역 먹거리 정책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에는 해남의 경우 코로나19라는 객관적 상황도 있었지만 먹거리위원회는 구성만 됐을 뿐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역 먹거리 정책에 대한 전반적 반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자. 그리고 먹거리센터를 재단형태로 설립한 이유는 아마도 민간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현재 해남 먹거리센터에 얼마나 민간의 영역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도 뒤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단순하게 생산자인 농민을 위한 정책만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전략을 만드는 주체는 행정 공무원이 아니라 당사자인 지역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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