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내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가해 학생들은 장난삼아 피해 학생들을 때리고 폭언을 일삼으며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하지만 피해 학생 중 일부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무서움에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등교도 못하고 있다. 직접적인 폭행도 문제이나 별일 아닌 것을 크게 확대해 문제를 키웠다는 잘못된 소문으로 다른 학생들에게서 SNS에서 2차 피해도 당했다. 사실상 피해 학생은 대인기피증에 학교생활에 대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우려된다. 장난도 학교폭력이다는 지속적인 교육과 인식변화 운동이 요구된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분리 조치 후 조사를 벌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처벌을 내린다. 분리 조치는 가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인권 문제 때문에 강제로 학교에 나오지 않게 하는 등의 조치 대신 같은 반이면 다른 반으로 옮기도록 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접근금지로 이뤄진다. 그러나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피해 학생들에게는 위협이 된다. 이번 경우처럼 화장실과 급식실에서 마주쳐 2차 피해가 이뤄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학교폭력 자체를 쉬쉬하며 서둘러 봉합하려다 보니 분리와 처벌 위주로 흐르는 것도 문제이다. 이번 사건도 가해 학생들에 대해 강제전학 결정이 내려졌지만 양 측간에 갈등 해소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학생 측은 고소까지 생각하고 있다. 갈등 조정 기능과 관계 개선, 나아가 피해 학생의 회복을 위한 지원이 소극적이다 보니 양 측은 평생 안 보고 살 것 같은 관계 단절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한쪽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서는 지역사회에서 언젠가는 다시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폭력은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아니다. 미리 방지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학교나 가정 안에서 일회성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과 캠페인이 지속돼야 한다. 피해자 보호도 우선돼야 한다. 2차 피해가 이뤄지지 않게 규정을 보완해서라도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 또 학교와 교육계 인사는 물론 전문상담사와 회복적심리 전문가, 의료계, 법조인 등으로 관계회복지원단을 상시 구성해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처벌과는 별개로 양 측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관계를 개선하며 심리 치료나 회복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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