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대변·다양성·전문성 부족
퇴직공무원 자리 만들어주기 변질

지방의회에서 지역구 못지않게 비례대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큰 지지를 받아온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정과 관련해 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가 도입된 것은 2006년 5대 의회부터로 이 때는 민주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새천년민주당에서 해남우체국 출신을, 열린우리당에서는 해남군여성농민회 출신을 비례대표로 선출했다. 6대 의회에서는 해남군청 공무원 출신의 이순이 의원, 7대 의회는 해남평생교육개발연구지원센터장 출신의 김종숙 의원이 선출됐다. 또 8대 의회에서는 해남군청 공무원 출신의 민경매 의원이 선출됐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대표로 나서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전문직 출신을 의회에 진출시켜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오죽하면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비례대표의 경우 5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하고 있어 대부분 여성이 비례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본래 취지인 여성 대표성이나 전문성, 다양성 등에 대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초창기를 제외하고 최근 10여 년 동안 배출한 비례대표 가운데 두 명이 수십 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한 퇴직공무원 출신인데다 청년이나 여성단체 대표, 장애인, 수산인, 농민, 법률인 등 각계각층의 민심을 담고 소외계층을 대변할 다양성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성과 전문성은 뒷전인 채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그동안 일부 지방 정치인들끼리 미리 다음 내정자를 정한 뒤 밀어주기식으로 자리 나눠먹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8대 의회만 놓고 볼 때 전남에서 해남을 포함해 군 단위 지방의회의 민주당 출신 비례대표를 살펴본 결과 해남군, 담양군, 무안군, 화순군 등 4개 군의 경우 퇴직공무원 출신이 비례대표를 맡아왔다. 이에 반해 나머지 13개 군은 여성단체·사회단체·봉사단체 대표나 출신, 청년, 이장 출신 등이 선출됐다.

완도군의회는 고금면이장단 단장 출신이, 진도군의회에서는 진도여성단체협의회장 출신이, 영암군의회에서는 푸른영암21 협의회 출신이, 함평군의회에서는 함평축협 축사모 회장 출신이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강진군의회는 파격적으로 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 회장이자 예술가로 활동한 30대 여성이 비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남 최연소 의원이자 지역 최초의 여성청년의원이다.

최근 SNS에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한 계곡면 이호정(61·농업회사법인 대표) 씨는 "비례대표가 어떤 힘이나 권력에 의해 정해지거나 친분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비례대표도 실력과 인성, 전문성이 우선돼야 하고 군민 의견을 잘 수렴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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