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풍년으로 20년 만에 최대치 발표
해남 농가, 실제 생산비 산정하면 못미쳐
대부분 조곡 판매… ㎏당 수익 519원 낮아
올 비료·농약·기름값 등 폭등 '적자 우려'

▲ 지난 13일 삼산면 들녘에서는 올해 첫 모내기 작업이 실시됐다. 이날 이민규(창리) 씨 논에 심은 모는 봉황 품종으로 옥천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오는 8월 하순께 수확 예정이다.
▲ 지난 13일 삼산면 들녘에서는 올해 첫 모내기 작업이 실시됐다. 이날 이민규(창리) 씨 논에 심은 모는 봉황 품종으로 옥천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오는 8월 하순께 수확 예정이다.

통계청은 최근 발표한 '2021년산 논벼(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10a(1000㎡·302평) 당 논벼 총수입이 129만4243원으로 생산비 79만2265원을 빼면 순이익이 50만1978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남의 한 농가가 분석한 순수익과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의 발표내용과 실제 농가가 생각하는 순수익의 괴리는 어디서 발생하는지 들여다본다.

△통계청 발표 내용= 지난해 벼농사가 풍작을 이루면서 순수익이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0a 당 순수익이 50만1978원으로 순수익률이 38.8%로 나왔다. 이런 순수익은 2001년 51만1593원을 기록한 이래 20년 만에 다시 50만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순수익은 20만~40만원대로 해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2016년에는 18만1825원, 순수익률이 고작 21.2%에 불과했다.

순수익은 10a의 논에서 나오는 총수입(129만4243원)에서 생산비(79만2265원)를 공제해 산출된다.

총수입은 쌀 생산량(530㎏), 산지 쌀값(4분기 20㎏당 5만3535원), 부산물(볏짚 등) 평가액을 합친 것이다. 총수입은 전년보다 7만8000원 정도 증가했는데, 이는 산지 쌀값이 하락했으나 생산량이 47㎏(9.7%) 늘어난 때문이다. 전남의 경우 전국 평균치보다 7만1000원 정도 낮은 122만2889원을 기록했다. 전남지역 농가의 총수입은 경기, 경북, 충남, 경남보다 10만원 이상 적었다.

생산비는 종묘비(2만5000원), 비료비(5만2000원), 농약비(3만1000원), 농구비(3만5000원), 노동비(18만8000원), 위탁영농비(12만6000원) 등 직접생산비(50만원)와 토지용역비(농지 임차료·28만4000원), 자본용역비(8000원) 등 간접생산비(29만2000원)로 구성되어 있다. 10a 당 도별 생산비를 보면 전남은 77만7000원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1만5000원 정도 적었다. 이는 노동비(16만8000원)가 2만원 정도 낮기 때문이다. 생산비는 경기도가 74만1000원으로 가장 낮았고 전북(87만9000원)이 가장 높았다.

순수익을 보면 전남은 44만5531원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5만6000원 정도 적었다. 경기와 충남이 62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북은 40만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농가당 평균 순수익은 794만원에 달했다. 도별로 보면 전남은 927만원으로 8개 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이번 결과는 1980㎡(600평) 이상 논벼를 재배하는 1024농가를 대상으로 1년간 투입된 비용을 조사한 것이다. 다만 순수익은 수확 후 판매에 소요되는 유통비용이 공제되지 않았다.

△해남 농가 총수입 및 생산비= A 씨는 해남에서 자기 소유의 논과 임대를 합쳐 670a(2만여 평·100마지기) 정도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A 씨의 지난해 총수입과 순수익을 10a를 기준으로 환산해 알아봤다.

10a의 벼 생산량은 예년보다 다소 늘어 대략 700㎏에 달한다. 이는 40㎏들이 포대로 17개, 포대당 6만3000원에 도정공장에 넘겼다. 판매가 107만 1000원에 부산물인 볏짚을 더한 총수입은 110만원 정도이다. 이는 전남도의 평균 총수입인 122만3000원보다 12만원 정도 낮다.

반면 실제 생산비는 통계청 분석보다 많다. 비료비는 7만5000원, 농약은 1~4차에 걸쳐 11만5000원, 종묘비는 8만1000원 등으로 크게 차이 난다. 다만 토지용역비는 평당 1000원씩 30만원으로 통계청 28만4000원과 비슷하다.

A 씨는 10a당 평균 45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냈다. 이를 역산한 총생산비는 65만원 정도이지만 여기에는 통계청이 산정한 노동비와 위탁영농비 일부, 자동차비가 포함된 농구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A 씨가 지난해 논 10a에서 45만원 정도 순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전남도 평균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산정하기 어려운 생산비를 포함하면 실제 순수익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계산이다.

또한 통계청 총수입 산정은 지난해 4분기 산지 쌀값(20㎏ 당 5만4121원)의 정곡 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농가에서는 조곡(40㎏들이 6만3000원)으로 수입을 잡고 있다. 조곡을 정곡으로 환산(72%)하면 농가는 쌀 ㎏당 2187원의 수익을 내지만, 통계청은 2706원으로 ㎏ 당 519원 정도 높게 산정했다.

A 씨는 "통계청의 농가 수익은 실제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서 해마다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의 경우 비료, 농약은 물론 인건비, 기름값까지 폭등해 자칫 적자 농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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