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분과위원)

 
 

이무진 위원은 해남군농민회 조직교육위원장을 맡으며 북평 영전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 현장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한 소신도 뚜렷하다. 농촌인력난과 자재값 폭등 문제에 이어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추진에 따른 식량주권 포기 위기, 먹거리 선순환 등 농업 현안을 소재로 3회에 걸쳐 특별기고를 싣는다. 

 

4월이다. 농민들은 농지에 뭔가를 심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바빠지는 이 시기에 높아진 인건비와 영농자재 가격만 생각하면 의욕이 팍 떨어진다. 농민이 언제 농지를 비워둔 적이 있던가? 때가 되니 농지는 뭔가 심어져 파래진다. 이것이 그냥 농민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농민이 농민다울 수 있도록 녹록하지 않다.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되자 농촌일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인건비는 최대 60%까지 폭등했다. 때가 되면 뭔가 심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 포기하고 수확도 포기하는 농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싼 인건비를 감당한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파종과 수확을 못한다면 식량생산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일손부족 문제는 단순한 농민 개별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의 소비자인 국민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는 공공영역 차원에서 농촌인력 문제를 다뤄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농촌일손 부족 문제를 다루려면 '중소기업인력지원 특별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인력수급 원활화 및 고도화를 지원하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용을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와 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은 2004년에 제정되어 운용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별도로 지원되고 있다.

인건비뿐 아니다. 세계적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중국 정책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생산에 필요한 영농자재 가격을 최대 300%까지 폭등시키고 있다. 일반적인 공산품이라면 농촌 인건비, 영농자재 가격 상승이 농산물 가격에 포함되어야 하나 물가안정 등의 요인으로 그렇게만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최소한 농민들이 이탈하지 않고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국가 또는 공공의 영역에서 지원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농촌인력 관련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농촌인력 지원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정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더이상 민간 인력센터에 역할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자체의 창의적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남해군의 경우 농가는 4만 원만 지급하면 되는 마늘일손 인력지원을 작년까지 8000명 지원하였고 올해부터는 타 작물로 확대해 1만2000명 규모로 운용한다고 한다. 폭등하는 영농자재 가격의 대책으로 정부는 비룟값 인상분에 2022년에만 한시적으로 인상분의 80%를 지원한다.

하지만 비료가격을 수입 원자재 가격과 연동하여 분기별 재조정하게 올해부터 시행하는데 가격 보전은 80%만 1분기 인상분에 한해서만 지원되는 문제가 있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2021년 기준으로 20% 이상 가격이 상승한 영농자재에 대해서는 상승분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1년짜리 단기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영농생산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 또한 눈여겨볼 지자체가 있다. 강원도 양구와 충북의 단양군이다. 자체적인 영농자재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 경제의 핵심인 농업이 이대로 붕괴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견뎌내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와 지자체장 임기가 시작된다. 해남은 전국 최대 농군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를 이겨내는데 예산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해남군의 농민을 위한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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