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농촌 생활을 하게 되면 대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먹거리의 문제가 크다는 점이다. 쌀은 우리 국민이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이 되고 있지만 밭작물의 경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수입농산물이 유전자 변형인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 있다. 이러한 사유로 필자의 경우 집에서 필요한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고 최초로 시도한 밭작물이 콩이다. 콩은 메주를 만들어 재래간장과 된장뿐만 아니라 두부도 만들고 두유, 청국장, 효소, 과자, 콩나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준다.

우리 전통의 재래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배한 콩을 삶아서 발효시킨 메주가 주재료가 된다. 늦가을에 메주를 빚어 따뜻한 방에서 곰팡이를 충분히 띄운 후 처마밑이나 비닐하우스에 매달아 건조한다. 이렇게 건조한 메주는 음력 정월보름 전후 일주일 이내에 소금물을 풀어 장을 담근다. 보통 2개월 정도 장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장가르기를 한다. 요즘이 장가르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메주를 건져내고 고추씨 가루와 약간의 소금간을 하여 다른 항아리에 꼭꼭 눌러 가득 채우고 난 후에 잡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소금이나 다시마 잎으로 덮개를 한다. 이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숙성이 된 재래된장이 되며 계절적으로는 한여름에 최고의 맛을 낸다.

맛있는 재래된장을 담그려면 무엇보다도 좋은 콩을 사용하여 메주를 잘 띄워야 한다. 메주는 보통 11월 첫째 주나 둘째 주를 전후해 잘 여문 메주콩으로 만든다. 콩을 삶으면 불어나는 양이 삶기 전 콩의 2.5배 정도이므로 콩의 양을 잘 조절하고 손으로 비벼 보아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충분히 삶는다. 덜 삶은 콩으로 메주를 쑤면 여러 가지 분해 효소가 침투하지 못해 담은 장과 재래된장은 색도 혼탁하고 맛도 떨어진다. 충분히 삶은 콩은 믹서기 등을 이용하여 콩알을 잘 으깬 뒤 메주틀을 이용하여 같은 크기의 덩어리를 만든다.

메주 모양은 손으로 뭉치거나 일정한 나무틀에 넣어 대개 직사각형이나 원형으로 만든다. 기본적으로 콩 한 되를 기준으로 메주 2개 정도가 나오도록 만들며 이렇게 만든 메주는 30℃의 실온에서 3일 정도 말려 표면의 수분을 없애야 한다. 완전히 굳으면 짚을 깔고 따뜻한 온돌방에 두어 잘 뜨게 한다. 대개 26~28℃ 정도의 실온에서 2주 정도 두면 속이 갈라지는 표면에 곰팡이가 고루 덮인다. 메주가 알맞게 뜨면 볏짚이나 새끼줄로 묶어서 겨울동안 건조시켜 두었다가 정월 보름 전후에 꺼내 햇볕에 바짝 말린다. 겨우내 말린 메주는 먼지를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메주 표면을 솔로 깨끗하게 문질러 씻은 후 채반이나 대바구니에 건져서 물기를 빼고 햇볕에 반나절 정도 말린 후 장을 담근다. 메주로 장을 담을 때 콩 한 말이 들어갔다면 소금물의 양은 약 3배로 잡는다.

맛있는 간장과 재래된장을 담그려면 메주와 소금과 물의 비율에 신경써야 하고 염도 18~20도가 적당하다. 소금물은 장독이 가득 찰 때까지 찰랑찰랑해야 잡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장독의 가득 찬 소금물은 시일이 지나 메주가 불어나고 햇빛을 쬐는 과정에서도 줄어들기 때문에 장을 담그고 남은 소금물을 따로 독에 담아 두었다가 줄어드는 양만큼 채워 주는 것이 좋다. 된장은 콩을 재료로 메주를 띄워 만든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으로 음식 맛을 내는 중요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우리 전통의 재래된장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식탁에서부터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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