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학교 교수)

 
 

요즘 우리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인구현상을 꼽으라면 누구나 '저출산'과 '고령화' 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적 관점에서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바로 도시 집중이다. 지방 소도시의 젊은 인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혹자는 이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게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2015년 총인구 및 주택조사에 따르면 전국 도시인구가 전체 인구의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생산연령의 주축인 20-54세의 85%가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어촌 등 다른 지역에 사는 20-54세는 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오늘날의 도시 집중 현상은 단순히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정도를 넘어선다. 농어촌에서 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더 큰 대도시로 유입되는 현상이 뚜렷해진다. 지방 중소도시의 젊은 인구가 유독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아지는 동시에 늙어가는 것이다.

해남군도 이러한 현상이 예외는 아니어서 2000년 9만9400명이 거주했고 평균연령 38.6세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2019년 해남군 인구는 7만1800명으로 줄었고 평균연령은 50.5세로 12세나 높아졌다. 가임여성(15-49세)은 2000년 2만4000명에서 2019년 1만2300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도 2001년 994명에서 501명으로 감소하였다. 결혼은 1990년대 초까지 1년에 2000여 건이었는데 2000년 549건, 2019년 232건으로 줄었다.

주요 생산연령인 20-54세도 20년 사이에 4만4900명에서 2만5300명으로 반토막 났다. 생산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도 위축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지방의 경제기반이 흔들린다. 지역의 청년들이 먹고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젊은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것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지방 소도시는 주변 농촌 지역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행정, 문화, 금융, 유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지방의 출산율이 낮아져서 걱정인데,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보육 및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소도시에서 젊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소도시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지 시설운영 효율성의 관점으로만 보아서, 젊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줄인다면 그나마 있던 젊은 인구마저 이탈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10년 뒤 우리 지역의 농촌은 정말 소멸하는 시점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해남군의 미래 모습은 현재의 인구에 의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통계청이 현재는 물론 2060년까지 장래 인구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 추계작업을 해놓았다, 외면한다고 피해갈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인구변화가 만들어낼 '정해진 미래'를 알고 우리의 미래를 바꿔가야 한다.

지속가능하게 살아남을 방책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의 일회성 자문이나 강연 정도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수단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지역정책에서 실무경험이 많이 쌓이면서 얻어지는 결론은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남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자원을 발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 일을 누가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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