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주민 스스로 내가 사는 마을의 의제를 찾아내고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올해 들어 해남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민이 공동체의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황산면주민자치회는 지난달 15일 첫 주민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최우선 사업을 선정했다. 이날 주민자치회가 추천한 6가지 의제를 투표에 부쳐 농약병·포트수거함 설치사업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기물을 수거해 깨끗한 농촌마을을 만들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산이면주민자치위원회도 지난달 24일 처음 주민총회를 가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작된 13개 법정마을별 로고와 캐릭터도 선보였다. 의제도 문화(진산 청자요지 보존), 경제(간척지 주민매각과 공유주방 설치), 복지(마을빨래방 구축), 환경(간척지내 유휴부지 활용한 경관사업), 어린이(분식집·PC방 건립) 등 분야별로 제안됐다.

옥천면주민자치위원회도 해남에서 세 번째로 오는 15일 주민총회를 갖는다. 주민자치위가 마을자원조사와 분과활동을 통해 선정된 7개 의제를 놓고 투표를 하게 된다.

이어 삼산면주민자치회가 오는 20일 주민총회를 갖고 자치계획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주민총회를 열었거나 개최 예정인 산이와 옥천을 비롯 현산면주민자치위원회는 연내에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 해남에는 북일, 삼산, 계곡, 북평, 황산 등 5개 면의 주민자치회가 지난해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6개 읍면도 주민자치회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행정기관의 자문이나 심의 역할에 그치지만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공동체의 현안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말 그대로 풀뿌리 자치기구이다.

그렇지만 자치위원회이든, 자치회이든 진정한 주민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자치역량은 관심과 참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주민자치의 종착지는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지만 시작 단계인 만큼 해남군의 응원과 재정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된다.

보다 살기좋은 우리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고 응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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