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해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시행과 함께 문화도시 담론이 새롭게 재편되어 분권과 자치로 전환되면서 각 지자체는 201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0개의 도시를 문화도시로 예비 선정한 이후,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한 예비도시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이뿐만 아니다. 2021년 예비도시에는 25개 지자체가 신청하여 11곳을 지정했고, 올해에는 30여 개 지자체가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숫자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2022년 3월 현재 18곳 지정, 올해 4곳 지정 예정)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문화진흥법 제4장'에 근거한 법정도시다. 지자체 공모를 통해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승인받아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받고 1년간 지자체 예산으로 예비사업을 추진한다. 이후 예비사업 추진실적 평가와 심의를 거쳐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되면 5년간 최대 20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법정 문화도시라는 지위, 200억 원이라는 사업비, 거버넌스와 시민 협력을 중요시하는 체계적인 과정 설계 등이 문화도시 사업에 쏠리는 관심의 이유로 꼽힌다.

이렇게 본격화되고 있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 국면은 지역문화 진흥 맥락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도시의 개념에서도 장르나 영역을 중심으로 협소하게 특화했던 정책추진 초기에서 상당히 진화하여 현재는 '주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사회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법적 지정도시'로 정책 개념이 정의된다.

이에 따라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이 도시의 문화계획을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예비사업-문화도시 지정-문화도시 본 사업'으로 연결되는 단계로 설정된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을 통해 문화를 통한 도시의 가치와 철학이 생성되고 도시 고유의 문화력이 강화되어, 지역문화 자치기반이 구축되고 사회 활성화를 기대한다. 때문에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동안의 준비과정에서 주민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주체적 참여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경영체계 구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도시는 주민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현실화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각자가 꿈꾸는 행복의 가치척도 역시 제각각임은 당연한 일이다. 도시(주민)가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런 주민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여건과 환경을 갖춘다는 의미가 아닐까? 문화도시는 어쩌면 법정 지정된다는 결과로서의 의미보다는 개인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게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로서의 가치가 크다. 행복이란 개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거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총체가 문화이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문화도시를 고민하는 데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고장에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 속의 해남을 꿈꾸게 할 수는 없을까? 변방성의 극복은 문화적 자존감에서부터 비롯된다. 미래는 잘 노는 사람들의 세상이 될 것이다. 인문학으로 무장된 주민들이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뤄내고 주체적으로 중심이 되어 나가는, 그러면서 그 모든 과정과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해남, 그 해남이 바로 머지않은 해남의 미래다. 모두 함께 서로 번지고 스며들 수 있는 인문학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

문화를 만드는 새로운 해남은 무한 성장과 개발로 건조한 물질도시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포용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일 것이다. 다소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미래도시에 대한 열망은 지방 소멸시대에 해남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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