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와 해풍이 빚은 해남고구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표시 농산물 42호로 등록돼 역사성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들이 좋은 품질의 고구마는 대형할인마트에 납품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고구마를 공판장에 출하해 싼값에 유통시키면서 해남고구마의 위상을 위협해 왔다. 고구마 하면 해남이라고 하면서도 영암고구마보다 값을 더 못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유명 쇼핑몰에서 썩은 고구마가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에 보도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구마를 주문했는데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할 썩은 고구마가 왔다'는 내용의 후기가 도화선이 됐다. 식약처가 조사에 나섰고 해당 고구마를 대형유통업체에 공급한 해남의 A 영농조합법인은 행정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 조치를 받았다.

옹호할 필요 없이 제대로 된 품질을 판매하지 않은 법인의 잘못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대형유통업체가 A 법인에 흠집이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못난이 상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고 자신들이 책임질테니 이를 특상품으로 판매하겠다고 나선데서 시작된다. 말 그대로 사기성 판매인데다 수확철이 지난 고구마의 경우 보관에 주의해야 하는데 그나마 못난이 상품을 대량으로 유통시키다보니 썩은 고구마 판매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못난이 상품은 박스 작업과 택배, 운송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더 상처가 나기 쉽고 그래서 썩기 도 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처 확보가 생명인 고구마 생산 농가나 영농조합법인의 경우 한꺼번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판매계약을 포기하기 힘들었겠지만 이익을 앞세워 해남고구마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떨어뜨렸다.

한번 떨어진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다. 이번 사건으로 해남고구마 위상이 추락하지 않을까 생산 농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이나 농가, 생산자단체 등이 나서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량판매는 사절하는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또 보관 방법을 다양하고 알기 쉬운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특히 소량 포장이나 소량 판매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 다변화와 함께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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