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달마산은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명산이다. 두륜산의 남쪽 끝 닭골재에서 땅끝으로 이어진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닭골재를 거슬러 오르는 첫 봉 관음봉에서 봉수대가 있는 불썬봉과 가운데 떡봉과 도솔암을 품은 도솔봉을 거쳐 한반도 마지막 봉우리인 땅끝 사자봉에 이른다.

산 능선에 서면 해남의 들녘과 바다선은 물론 진도, 보길도, 청산도 등이 펼쳐지는 완도, 강진, 장흥에 이르는 전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제주 한라산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산 중턱을 한바퀴 도는 달마고도는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기에 더없는 조건으로 찾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미황사는 두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땅끝 전망대로 향하는 산 양쪽의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또 1800㎞에 이르는 서해랑길과 1500㎞에 이르는 남파랑길의 꼭지점이기도 하여 그 의미와 가치가 매우 크다.

땅끝은 종착점이자 출발점의 지위를 갖는다. 땅끝은 지친 자의 어깨를 다독이고, 도전과 희망의 에너지로 작동한다. 달마산은 그 과정에서 비움과 채움을 제공한다. 달마산의 일출과 저녁노을, 그리고 달맞이와 은하수 별밤은 그 자체로 인문적 지위를 갖는다.

미황사와 군곡으로 이어지는 계곡에는 마한의 역사가 발원한다. 그 기운이 화산, 현산을 거쳐 호남을 지배하기도 하였다. 마한의 역사를 복원하고, 마한인들의 삶과 현재의 삶을 잇는 깃발로 달마산은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달마산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여기저기 난개발로 인해 환경파괴는 물론 지역민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태양광시설이 산을 파헤치며 에워싸고 온갖 축사가 산 주변에 악취를 뿜어낸다. 달마산이 앓고 있다. 달마산 생태가 파괴되고 있다. 달마산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해남군과 해남 정치권에 바란다. "달마산 공원을 추진하라." 도립공원이 어렵다면 군립공원이라도 지정하자. "그렇게 지정된 사례가 있어?"라며 사례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거울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당신의 얼굴은 그 누구도 걸어오지 않던, 당신이 걸어온 길이다. 당신도 이 세상 하나의 사례다. 사례는 늘 처음이 있다. 그 처음을 당신이 가보는 건 어떤가?

달마산을 주제로 펼칠 몇 가지 사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달마산 생태환경을 조사 연구하는 사업이다. 달마산 기후환경은 땅끝의 의미와 더불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최근 해남에 유치한 '농업기후변화센터'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구심체가 될 수도 있겠다.

둘째로는 땅끝관광지를 기점으로 달마산과 두륜산을 연결하고 나아가 강진 방향과 영암 방향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잇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산길과 물길이 곧 인간의 삶이었다. 마한 이전의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땅끝에서 시작되고 확산된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여 '문화 해남'의 위상을 찾는 것이 마한역사 복원과 더불어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셋째로 최근 달마산 주변이 온대성 작물 생산의 최적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생태환경과 농업을 연결하여 해남농업의 활로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여건을 토대로 달마산 체험 관광을 모색할 수도 있겠다. 달마산이 공원으로 지정되면 난개발을 막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미래형 생태환경 요람으로 그 가치를 재인식시킬 계기가 되리라 본다.

그저 아름다운 산이라고 입바른 자랑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달마산이 갖는 가치를 살려 사는 사람들에게 벅찬 자랑이 되고, 방문자에게 마음을 머물게 하는 '그 어떤 의미가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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