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섭(해남군농민회 정책실장)

 
 

2021년산 시장격리곡 예가이하 입찰(최저가 낙찰방식)…. 지난 2월 8일 시장격리곡 입찰이 진행되었다. 입찰에 참여한 농민들은 예시가격이 얼마인지 알지도 못한 채 입찰에 참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입찰에 응한 농민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양파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양파밭을 갈아엎고 겨울 무, 당근 등 겨울 농작물 가격이 하락하는데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보리, 밀, 대파, 마늘, 시금치 등 월동작물은 겨울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하여 농심은 타들어간다.

농업, 농촌, 농민을 둘러싼 어두운 그늘은 나열하기 벅찰 만큼 산적해 있다. 요소수 사태로 불이 붙은 비료 및 농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와 농번기에 불어닥칠 인력난과 인건비의 상승, 금리 인상에 따른 영농자금 대출이자 부담은 영세한 농민들이 감당하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인, 적폐 관료들의 보여주기식 탁상행정, 농민을 우롱하는 기만적인 법과 제도는 농민들을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

2021년산 시장격리곡 입찰은 미꾸라지 적폐 관료들이 저지른, 농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못된 짓거리이다. 양곡관리법 16조 제1항 끝부분에서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을 놓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을 관료들의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다. 같은 법 제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매년 10월 15일에 시장격리 발표를 해야 함에도 '다만, 기상 여건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해당 연도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부분을 적폐 관료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했다.

양곡관리법은 양곡의 효율적인 수급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에 10월 15일로 날짜까지 지정해서 명시한 것은 그때 하지 않으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최저가 역공매 입찰 결과 평균 낙찰가격이 6만3000원대로 되면서 산지 조곡가격은 6만2000원 이하로 떨어지고 그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에 따른 농업인·비료생산업체 부담경감 지원 방안과 비료수급 동향을 발표했다. 비료가격 인상분 80%를 정부·지자체·농협에서 분담 지원, 생산업체 원료 구입자금 6000억원 무이자 융자, 관세 0% 적용, 요소비료 등 무기질비료 원자재 상반기 소요량 88% 확보.

지금은 월동작물에 웃거름을 주는 시기다. 농협에서 비료를 구입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비료량을 확인한 농민들은 또 한 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원예용 비료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농자재마트, 대리점을 통해 사용하는 비료 또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인상분의 80%를 보조지원한다는 정부발표는 새빨간 거짓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양곡관리법은 개정이 필요하다. 16조 제1항의 '시행할 수 있다'는 '시행해야 한다'로 바꾸고, 같은 법 제2항 '다만, 기상 여건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해당 연도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삭제해야 한다. 또한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에 관한 규정 제3조 1항 1호의 '매입할 수 있다'를 '매입해야 한다'로 바꾸고 제5조에는 3항을 신설하여 '매입가격은 매입시기 산지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를 삽입해야 설득력 있는 가격으로 제 시기에 시장격리를 할수 있을 것이다. 비료값 폭등에 관한 정부의 대책은 다음과 같이 개선해야 한다. 개인별 지원기준을 없애고 모든 비종에 대하여 지원이 되어야 한다. 농협 외 농자재마트·대리점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에도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화학비료 원자재가격 연동제와 같이 화학비료가격이 기준가격 이상으로 상승하였을 때 작동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전환의 시기, 농민들은 냉혹하고 엄중한 농업현실 앞에 직면해 있다. 나쁜 법과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있다. 농민들은 농민기본법이 필요하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농민들의 각오와 행동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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