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목포대 강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나 보다. 요즘 해남군청 홈페이지나 해남소통넷에 들어가 보면 ESG와 관련된 소식이 많다.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을 알리는 기사는 ESG가 해시태그로 달려 있고, 또 가장 최근에는 '해남군 ESG 윤리경영 군정의 전 분야로 확장한다'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올라왔다.

ESG는 한경 경제용어 사전에 의하면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다.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일컫는 용어로 기업에 국한되어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행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기업 캠페인 RE100이나 ESG 경영이라는 용어를 접하면서 이제라도 기업이 변화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위기감도 든다.

올겨울 가뭄이 심각하다. 남편은 마늘밭에 웃거름을 할 때라고 했다. 비 소식과 예상 강수량을 확인하고 거름을 뿌리지만 번번이 예보가 맞지 않아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물을 맞아 감기 몸살을 되게 앓았는데 해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가 잦아 걱정이다.

감기 몸살로 코 주변까지 물집이 잡혀 반강제적 금주상태가 된 남편이 튀밥기계로 검은콩을 한 줌씩 튀어 먹을 튀밥기계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작은 것을 하나 사자고 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열 제4회 천변 작은 음악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튀겨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솔깃했지만 동시에 해남읍교회가 팝콘 기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 기억나 구매를 보류하면서 사물도서관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물도서관은 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 특히 가끔 필요하지만 구입하기에는 가격이나 사용 빈도 등에서 부담이 되는 물건들을 대여해 주는 공공도서관을 말한다. 팝콘기계, 솜사탕 기계, 그리고 잔디깎이 같은 가드닝용품이나 스포츠장비, 카펫청소기 같은 사용 빈도가 낮아 창고의 귀퉁이에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 또 사용기한이 제한적인 장난감이나 유모차 같은 영유아용품이나 악기 등의 학교용품들은 필요한 사람이 빌려가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의 사용 빈도를 늘리면서 공간뿐만 아니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패션처럼 가전제품도 유행을 탄다. 그러나 옷이나 장신구처럼 쉽게 정리할 수 없어 각 가정의 장식장이나 선반엔 먼지만 뒤집어쓰면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 그러다 더 오랜 세월이 지나면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폐기처분해 버리는 많은 소형가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생강청 만들 때 유용한 휴롬 무, 감, 고구마와 명절에 쓰고 남은 과일들을 말려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이게 할 수 있는 식품건조기와 오쿠중탕기 등이 그렇다. 또한 지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에어프라이어와 와플메이커, 인스턴트팟이나 커피와 관련된 많은 기구들도 곧 그럴 것이다. 소형뿐만 아니라 건조기, 스타일러, 김치냉장고, 냉동고, 술장고 같은 대형가전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ESG 중 하나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원순환이 생활화되고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서 탄소중립을 향한 걸음을 뗄 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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