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황산면 외입리)

 
 

작년에 한창 인기가 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우리의 전통놀이들이 등장한다. 1940~50년대 태어난 세대는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위안을 받았던 놀이이다. 그 세대가 살아 온 산업혁명의 시대를 그들은 급변하는 격동의 시대라고도 한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했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추억의 장면들을 그들은 잊지 못한다.

처음 TV가 나왔던 1960년대, 당시의 텔레비전은 흑백화면에 V자의 안테나가 달린,  리모컨이 없는 로터리식이어서 손으로 채널을 돌렸다. 문이 달린 TV도 있었고, 책상처럼 다리도 있었다. TV 화면이 잘 안 나오면 한 사람이 옥상에 올라가서 실외 안테나를 좌우로 돌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한 사람은 방안에서 채널을 돌려가며 안테나 방향을 맞추곤 했었다. 

동네마다 TV가 있는 집이 몇 안 되다 보니 김일 선수가 등장하는 레슬링 경기와 세계 챔피언 권투경기, 인기 드라마 여로, 팔도강산 등을 시청할 때는 일찌감치 저녁들을 먹고 TV가 있는 집으로 모여 함께 시청하면서 집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때마침 연탄불의 등장으로 연탄불에 밥솥을 올려놓고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면 저절로 밥이 되어 있어서 이렇게 편한 세상이 올 줄 몰랐다며 감탄도 했다. 그 당시에는 아궁이에 나무를 지펴 넣고 가마솥에 쌀을 안친 다음 밥이 다 될 때까지 불을 조절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 불편함을 연탄불이 해결해 준 것이다. 그래서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연탄 아궁이로 개조를 했고, 불을 때던 아궁이도 들기름 발라 반질반질하던 가마솥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전기 코드만 꽂으면 밥이 되는 세상이다. 밥뿐인가? 빨래도 세탁기가 알아서 해준다. 냇가에 앉아 방망이로 두들겨 빨던 때가 불과 몇 십년 전 일이다. 동구 밖 우물가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빨래 방망이로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 놓던 아낙네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집집마다 마당 한쪽에 펌프가 세워졌고 작두질 몇 번이면 물을 펑펑 품어내는 펌프의 편리함에 아낙네들은 동구 밖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처럼 편리하고 매력적인 펌프도 집안 내부로 수도가 설치되면서 사라졌다. 물을 길어 나르던 물지게도, 머리에 이고 나르던 물 항아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쩌다 시골 마을을 지나치다 오래된 빨래터나 펌프를 보면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반갑고 정이 간다.

기계문명의 발전은 기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편리함도 가져왔다. 그러나 훈훈했던 옛 정서를 그리워하는 60~70대는 품앗이 하던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고 한다. 살기는 힘들었어도 그때가 행복했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 그때는 오고 가는 정이 있었고 그 세대만이 간직하고 있는 '정서와 문화' 있어서 일 것이다.

휴일이면 논과 밭으로 나가 농사일을 도우면서도 소와 염소가 먹을 풀을 뜯어다 쌓아놓고 짐승들이 배불리 먹을 것을 생각하며 흐뭇했던 '정서'이다. 그리고 자연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며 놀았던 '놀이 문화'가 있었다. 일이 끝나면 해질녘까지 형 누나들과 딱지치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자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팔방놀이, 땅따먹기, 숨바꼭질 등의 '추억의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남아있기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이기기 위해 속임수를 쓰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이기는 것은 결코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는 것을 깨우쳐 준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기억 속에 있던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고, 기계문명에 가려졌던 전통놀이가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와 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세대를 떠나 공감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아이들은 기계속의 게임과 친구가 되어 자기 방에 홀로 앉아 지내는 일이 많다. 이 아이들에게 추억의 전통놀이를 개발하고 보완하여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시골의 빈집을 보수하여 어른들의 기억 속에 있는 추억의 장면들을 재현하여 보여 준다면, 아이들에게도 미래에 좋은 추억이 될 것이고 이전 세대와의 소통과 공감도 넓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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