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편의시설 해남읍에 집중
수요만 따져 면단위는 개발 소외
'인구 읍 쏠림'에 악순환 되풀이
면민 삶의 질 고려해 추진 필요

 대부분 편의시설 해남읍에 집중
 수요만 따져 면단위는 개발 소외
'인구 읍 쏠림'에 악순환 되풀이
 면민 삶의 질 고려해 추진 필요 

▲ 지난달 25일 북평면 남창리의 면소재지가 오후 7시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상가의 불이 꺼진 채 썰렁한 모습이다.
▲ 지난달 25일 북평면 남창리의 면소재지가 오후 7시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상가의 불이 꺼진 채 썰렁한 모습이다.

북평면 남창리에 사는 김평선(41)·이자영(38) 씨 부부는 4살 된 둘째 아이를 완도읍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있다. 북평면내 어린이집이 없어 첫째도 수년 전 해남읍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이자영 씨가 매일 등하교시켜야 했다.

김 씨는 "북평까지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어린이집이 완도가 유일해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며 "남창은 면소재지인데도 어린이놀이터도 없는 등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를 올해 북평초등학교로 진학시키려는데 친구가 너무 없어 해남읍으로 이사 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남군에 따르면 현재 북평면을 비롯해 북일·현산·옥천·계곡·삼산·마산면 등 7개 면지역에 어린이집이 없다.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처럼 해남지역도 읍과 면 지역간 기반시설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읍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진단과 해법 마련이 요구된다. 인구·산업·경제·생활환경·사회문화·복지 등 각종 기반시설이 읍지역에 우선적으로 확충되면서 상대적으로 면민들이 불평등을 받고 있는 것.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이용자 수요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을 기초로 추진됨에 따라 농촌지역이 도시권에 밀려 각종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낙후되는 현상이 작은 해남군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10년간 해남읍 352명 감소
13개 면은 1만828명 빠져

 
 

2021년 말 기준 해남군 가구 수는 3만5225가구로 이 가운데 31.6%(1만1134가구)가 해남읍에 몰려있다. 인구수로 하면 군민 6만7166명 중 해남읍에 36.5%(2만4523명)가 모여 산다. 14개 읍면별 인구 비중은 면민 수가 가장 많은 송지면이 8.9%(6004명), 가장 적은 북일면은 2.9%(1949명)에 불과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읍지역은 352명이 감소한 반면 13개 면은 1만828명이나 줄어들었다. 10년간 감소한 1만1180명을 14개 읍면으로 나누면 평균 798명으로, 읍은 평균에 못 미치지만 면은 평균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군민 중 읍에 모여 사는 비중도 2011년 31.7%에서 2021년 36.5%로 4.8%포인트 증가했다.

▲ 면지역 청소년들의 문화여가 공간 제공을 위해 황산면에 조성된 청소년 문화의 집.
▲ 면지역 청소년들의 문화여가 공간 제공을 위해 황산면에 조성된 청소년 문화의 집.

면 기반시설 권역별 확충 필요
도서관·청소년 문화의집 연계 등

인구수 차이는 결국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타당성 조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서관, 체육관 등을 건립하고자 할 때 북일면보다 이용객이 많은 해남읍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인구가 많은 읍 지역에 각종 기반시설이 우선적으로 들어서면서 면민들은 좀 더 나은 여건을 찾아 읍으로 이사하고 이에 면지역 인구는 계속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해남군이 폐교를 활용한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화산면에 해남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접근성 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군은 읍권으로 방향을 선회해 미술관을 추진 중이다. 읍지역에서도 구교지구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생활체육시설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생활SOC 복합화사업으로 소규모 체육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면지역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읍면 불균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방치되며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와 교육 등을 위해 아동복지법에 따라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도 갈수록 면지역은 사라지고 읍은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산이면에서 2곳이 해남읍으로 이전했으며 특히 면지역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읍은 지난해 3곳에서 5곳으로 늘어난 반면 계곡, 삼산, 북평은 지역아동센터가 없다고 한다.

복지시설도 인구가 많은 읍지역에 집중돼 있다 보니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은 면 지역 노인들의 이용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면지역 어르신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인복지관은 차량을 운행하고 있지만 종합사회복지관은 인력과 예산 등의 어려움으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개인 교통수단이 없다면 사실상 면에 사는 노인이 읍에 있는 복지시설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영화관, 도서관, 수영장 등 각종 문화여가시설도 읍에만 있는 등 이 같은 격차는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황산에 거주하다 결혼해 해남읍으로 이사 온 이관열(35) 씨는 "면지역은 여가활동을 할 만한 곳도 없고 배달음식도 마땅치 않아 계속해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면지역도 거점별로 문화·복지·여가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종합계획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농업인들의 농기계 구입 부담을 줄이고 원활한 영농활동을 돕고자 마련된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경우 지난 2005년 해남읍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내 본소를 설치한 후 2010년 서부권(문내), 2015년 남부권(현산), 2020년 북부권(산이), 2021년 동부권(옥천)에 순차적으로 건립됐다.

때문에 작은 도서관, 공립 어린이집, 소규모 체육시설 등 면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3~4개 면을 아우를 수 있는 거점지역에 복합시설로 확충해 읍면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해남군내 도서관은 해남군에서 운영 중인 군립도서관, 해남교육지원청에서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 모두가 해남읍에 위치한다. 또한 민간에서 운영 중인 작은 도서관도 9곳 중 5곳이 읍에 있다. 이외 마산에 2곳, 북평과 북일에 각 1곳이 있다.

군은 공립 작은 도서관을 2곳을 확충할 계획이지만 대상지가 해남읍과 화산면으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읍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우선으로 선정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소통하도록 해남읍 신안리 일원에 장애인 전용 수영장 등을 갖춘 복합체육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으로 이곳에 공립 작은 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화산면사무소를 행정복합센터로 신축하면서 오는 2024년까지 센터내 공립 작은 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면지역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을 위해 건립된 청소년 문화의 집도 남부, 동부권 등까지 확충될 필요가 있다. 해남군은 지난 2014년 14억원을 투입해 인터넷실, 댄스연습실, 노래방, 체력단련실, 동아리방 등을 갖춰 청소년 문화의 집을 2층 규모로 황산면에 건립했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고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영하기도 어려워 인근 지역 학생들의 이용에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방과 후나 주말 등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작은 도서관과 연계한 시설 확충이 필요시 되고 있다.

최근 동호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파크골프장도 권역별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해남군파크골프장은 삼산면 삼산천 생태공원 인근에 조성돼 있으며 올해 산이면에 한 곳이 추가로 건립된다.

각종 편의시설이 읍을 중심으로 건립되는 가운데 가파른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위기에 놓인 면지역을 활성화시키면서 읍면 불균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해남 균형발전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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