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해남21

지난 11일자 해남신문 1면에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2단계 사업이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위 보도 내용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1월 28일)처럼 초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해남~광주 40분 소요, 관광수요 증가, 농수산물 물류개선 등으로 해남이 발전과 번영할 수 있을까요? 희망해남21 시민단체는 수년 전 이러한 주장의 허구성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다수 군민의 동의를 이끌어내 성전~완도 간 공사를 막아냈던 사안입니다.

광주~완도간 초고속도로가 신설되면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된 해남군을 더 빠르게 쇠퇴시킬 것입니다. 이런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국토부의 발표 내용은 전형적인 토건족들의 주장으로 거짓일 뿐입니다. 농군인 해남의 생산물은 쌀과 배추, 고구마가 주를 이루며 유통을 필요로 합니다. 벼는 정부가 기간생명산업물로 분류해 생산지 인근 창고에 비축하여 통제 관리하기 때문에 빠른 물류 이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배추의 경우 김장철 신선도 유지를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예상 물량을 산지에서 수확해 화물트럭에 싣고 초저녁에 출발해 이튿날 새벽 공판장에서 판매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 도로로도 충분합니다. 고구마는 택배 소량주문이 주를 이루고 있어 빠른 유통과는 관계 없습니다.

둘째, '빨대효과'입니다. 초고속도로는 수백 년의 전통과 문화가 보존된 독립된 자치공동체를 컵 안 음료수를 빨아들이듯 대도시로 빨려들게 하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무지막지한 자본이 도사리는 대도시에 인구와 자본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수혜자는 광주이고, 다음은 도로의 종점이기 때문입니다. 초고속도로 나들목이 기름진 땅 옥천 성산 앞뜰과 남창에 개설되는 계획을 보면 결국 해남은 관통지역이 되고 맙니다. 좋은 예로 강진 성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면소재지를 두고 4차선 국도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해남, 완도, 진도로 가는 교통 요충지로서 낙수지역이던 성전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해남 또한 결국 막대한 피해지역이 될 것입니다.

셋째,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입니다. 초고속도로는 거대하고 높은 경계처럼 지표면보다 상당한 높이와 터널로 만들어집니다. 땅을 파고 산을 허물거나 뚫는 난개발로 인해 오래 지켜오던 사람들의 일상과 동물들의 이동 및 자연 생태계를 교란하여 회복할 수 없게 합니다.

넷째, 성전~완도 간 초고속도로 신설은 '명현관 군정'의 기본 방향과 다릅니다. 군은 관광과를 실로 승격하고 관광재단까지 만들어 관광을 산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명소 접근성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는 초고속도로 신설은 반대하며 오히려 남창~땅끝 구간(14.4㎞)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선형을 개선하고 땅끝까지 중간중간 도보 순례객과 풍광을 즐기려는 관광객의 안전보장을 위한 보도를 개선하는데 역점을 둔다는 방침입니다. 국토부도 이런 해남군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섯째, 대한민국은 '토건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건 사업에 기대지 않고 지역발전과 활성화를 도모할 방안 모색이 절실합니다. 토건 재벌들은 정치권, 정책당국을 움직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카드를 들이밀고 국토 이곳저곳에 끊임없는 토건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입니다.

여섯 번째, 해남 인구 유출 가속화와 경제 붕괴입니다. 올해 1월 말 현재 해남 인구는 전달보다 67명이 줄어 6만7166명입니다. 지금도 광주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광주 40분 거리가 된다면 훨씬 많은 사람이 출퇴근하게 되는, 즉 해남에 직장만 두고 광주에서 생활함으로써 인구 유출과 해남경제 피폐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시민단체 요구는 예나 지금이나 명료합니다. 환경파괴와 예산 낭비를 막고 해남 자치 활성화로 인한 번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 왕복 4차선(80km/h) 도로를 이용하면 됩니다. 여기에 옥천 영신마을 앞과 현산면 교차로 2곳을 지하화하고 농업기술센터 앞 입체 교차로화 등 3곳만 개선하면 초고속도로 신설의 주된 목표인 성전~남창 간을 7분 단축하는 예산 1조7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불과 몇백억 원이면 가능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광주~진도 간 이용객들의 주된 교통로로도 거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에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더 큰 문제는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에도 유지보수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됩니다. 재해예방, 내수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의 해악이나 2012년 일본 야마나시(山梨)현에서 벌어진 고속도로 터널 천정 붕괴 사건을 되돌아보면 확연합니다. 미래의 어두운 결과가 뻔히 보인다면 사전에 대비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