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식(마산초 용전분교 교사)

 
 

방학이 끝났다.

졸업식 전까지 일주일 정도 학습활동과 학년 마무리하며 학생들은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갈 것인지, 있을 것인지, 몇 학년을 할 것인지 묻고 나는 살짝살짝 귀띔해주는 재미도 맛보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방학이 끝나도 학생들은 학교에 오지 않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학습꾸러미'를 만들어 집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이 집에서 하는지 마는지 걱정이다. 답답한 날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라며 원격수업 및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 활동하라는 지침에 따르고 있다.

교사로서 할 일을 오전으로 마치고 잠시 쉬면서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모두를 고생시키고 지구촌 전체를 재난으로 몰고 가며 그 속에 속한 작은 내 삶 방식도 바꾸라며 덤벼드는 듯하다.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막연하다. 답답함과 막연함을 잊어버리자고 지금 할 일을 찾는다.

학교 문집에 대한 내 의견을 몇 번 말해도 해마다 변화 없음이 아쉬워 용기 내어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 글 정리나 하자고, 정리해서 내가 학급 문집으로 만들자고, 방학 전에 모아두었던 글을 읽다가 손뼉을 친다. 그래! 핑계다.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나도 자신을 둘러보지는 않고 핑계에 익숙하게 살았구나.

백일장에 응모해 보자고 글쓰기를 요구했고, 부담을 안고 어렵게 썼을, 너무나 뻔한 (학생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함)글일 것이라고 저만치 두었던 학생들 글 중에서 '우리가 먹고 쓰려고 부린 욕심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날' 코로나바이러스가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잘 썼다. 못 썼다. 내 잣대로 따지지 않고 또 읽는다.

'마스크를 쓴 답답한 날/내 마음도 답답하다.//마스크를 2년을 쓰니/아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겠다.//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고/우리는 말할 수 없다.//우리가 반성하는 그날/우리가 먹고 쓰려고 부린 욕심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날//마스크를 벗는 날이다/코로나바이러스가 떠나는 날이다//'(학생 글 '마스크')

방학이 끝나도 학생들은 오지 않는 조용한 학교에서 나는 한 학생의 글을 읽으며, 종이컵 사용하지 말자고 해 놓고 사 놓았으니 쓰자. 분리수거 하지 않았으니 그대로 버리자. 편하게 쓰는 플라스틱이 물고기와 새와 사람을 해치는 날이 오고 있으니 줄이자 말하고는 다 쓰니 나도 쓰자 등등. 여러 일에 핑계 달며 익숙하게 살고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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