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필자는 40년을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귀촌하였다. 귀촌하기 전에는 생활의 중심이 서울이었고 만나는 지인이나 동료들도 주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귀촌 이후에도 필자를 찾는 사람의 대부분이 서울 손님이다.

며칠 전에도 이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지인들이 해남을 찾아왔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해남을 찾은 것이었다. 서울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해남의 멋을 알리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줄 수 있을까? 약간의 고민 끝에 해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평소에 즐겨 다니던 대흥사 옛 숲길로 안내해 함께 걸으면서 해남의 자연환경에 푹 빠지게 하였다.

대흥사로 가는 옛 숲길은 원시림이 보존된 둘레길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로 손색이 없다. 서울의 콘크리트 숲에서만 생활하다 소풍 온 기분으로 해남을 찾은 지인들이라서 길 안내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길목마다 포토존을 찾아 사진사 노릇도 했다. 둘레길을 걸어서 대흥사까지 오르는 동안 서울 손님들은 주변의 원시림을 보고 연신 탄성을 질렀다. 표충사 천불암 대웅보전의 대흥사 경내를 구경하고 난 다음에는 해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케이블카로 안내했다. 케이블카는 대흥사 식당가 위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면 날씨가 맑은 날은 제주도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

우리는 청정지역인 해남의 전경을 마음껏 펼쳐 본 후에 바로 땅끝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국토 종착역인 땅끝은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1초에 위치하고 있다. 노화도로 가는 선착장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650미터 정도 가면 우리나라의 육지 끝과 시작을 알리는 땅끝탑이 나온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땅끝탑을 보지 않고 선착장에 세워진 땅끝이라 새겨진 비석을 보고 땅끝을 보고 온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번에 맞이한 서울 손님들에게는 땅끝탑까지 안내해 설명하고 인증사진을 찍어주었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곧바로 다음 코스인 미황사로 향했다. 미황사는 대웅보전을 재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약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천년고찰의 모습은 변함없이 웅장하였다. 해남의 여유로움을 볼 수 있는 장소로는 달마고도 둘레길만한 곳이 없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여 달마고도 둘레길을 전부 가볼 수는 없기에 입구에서 맛만 보는 정도로 걷고 내려왔다.

이번 해남 여행을 계기로 서울 손님들의 관심사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틀에 박힌 여행보다도 한두 달 해남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난 후에 귀촌을 결정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서로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여러 가족이 어울려 농가주택을 구입해 세대별로 돌아가면서 몇 개월씩 살아보고 귀촌을 결정하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 사람의 생각과 사고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변하고 있으며 귀촌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에는 식사 뒤에 넉넉한 시간을 갖고 차를 마시며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필자의 일상생활을 들려주었다.

서울 손님들이 질문했던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귀촌해서 시골에 살면서 무슨 일이 가장 힘들고 불편한 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들에게 귀농·귀촌이 노년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또 설명해주었다. 손님들은 아무래도 서울 생활에 길들여진 환경이기에 도시에서 내려온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귀농·귀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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