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후 단 3일 쉬어… 약사 사명감으로
택시기사·119도 공휴일이면 주민에 안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절이든 공휴일이든 쉬지 않고 365일 문을 열고 있는 약국이 있다.

해남읍 5일시장 도로변에 있는 대창약국은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7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다른 곳과 비교해 일찍 열고 늦게 닫지만, 365일 쉬지 않고 약국 문을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창약국 김영수(77) 약사는 원래 현산면에서 지난 1972년 약국 문을 열었다. 1981년 해남읍으로 옮긴 뒤 이후 40년 동안 365일 약국 문을 열고 있다.

김 약사는 "면 단위의 경우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 의원들이 문 닫는 시간인 오후 5시가 되면 약국도 함께 문을 닫고 공휴일도 마찬가지이다"면서 "의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 주민들의 어려움이 크고 약사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365일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0년 동안 문을 닫은 경우는 단 3일. 그것도 모친이 별세했을 때이다. 여름휴가는 물론이고 동창회나 계모임 참석도 없다.

약국 안에 살림집이 있고 교회를 다니며 제사를 모시지 않다 보니 가능한 측면도 있다지만, 아내 정경례(76) 씨의 도움은 물론 부부의 희생정신과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경례 씨는 "365일 아침에 일어나 밥 차려주고 점심 챙겨주고, 이제는 약국 문 여는 게 습관이자 일과가 됐다"며 "그래도 내가 밖으로 돌아야 편한데 그렇게 못해줘 미안하다고 할 때는 남편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365일 문을 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 북일이나 화원, 목포, 완도에서도 늦은 오후나 공휴일에 문을 여는지 확인하고 방문을 하는가 하면 택시기사나 119 구조대에서도 공휴일에 약국을 찾는 주민들을 이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김영수 약사는 "최근 완도에 사는 단골이 공휴일에도 문을 열어 줘 고맙다며 톳을 직접 가지고 왔는데 약국을 찾는 분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면 피곤함도 사라지고 약사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365일 약국 문을 열 생각이다"고 말했다.

현재 해남읍 18개를 포함해 14개 읍면에는 모두 33개의 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 및 지역별 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휴일지킴이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제규정이 아니다 보니 자율에 맡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은 일부 약국들이 장이 서는 날에 맞춰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곳이 있지만 365일 문을 여는 곳은 대창약국이 유일하다.

대창약국 김영수 약사는 지난 2014년 이 같은 공로로 해남군수 감사패를 받았다. 365일 약국 문을 여는 것과 관련해 특별한 지원이나 혜택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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