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초등학교 시험 답안지가 유머로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다.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이란 문제에 '(죽) (는) (다)'라고 써냈다는 이야기이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이뤄지고 가슴에 세 쌍의 다리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은 대략 80만 종에 달해 모든 동물 종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확인되지 않는 종을 포함하면 많게는 3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지구는 가히 '곤충의 행성'이라 할 만하다.

곤충 중에 벌은 10만 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꿀벌은 2000여 종이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꿀을 얻기 위해 키우는 꿀벌은 크게 토종벌(한봉)과 서양벌(양봉)로 나누어지며, 대부분 생산성이 높은 서양꿀벌을 기른다.

꿀벌은 곤충에서 유일하게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다. 양봉업계 관리를 위한 것이지만, 꿀벌이 사람에게 가장 유익한 곤충이라는 이유도 내재된다. 꿀(honey)은 행복과 사랑의 전령사이다. 성경에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했다. 꿀맛 같다거나 각별한 사이의 밀월(蜜月)관계, 달콤한 신혼여행의 밀월여행(honey moon) 등도 이런 맥락이다.

집단생활하는 꿀벌의 생태계는 놀랍다. 여왕벌은 빈방을 돌아다니며 알을 낳고 수벌은 무위도식하며 여왕벌과 교미하는 일이 전부이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벌은 무리를 먹여 살리는 암컷인 일벌이다. 여왕벌이 없어지면 알에서 깨어난 유충에서 한 마리를 골라 로열젤리를 먹여 여왕벌로 길러내거나, 무리가 너무 커지면 따로 살림을 차리는 일도 일벌의 몫이다. 여왕벌의 수명이 7년인데 일벌은 한여름에 고작 45일이거나 월동할 경우 6개월 정도이다. 일벌은 몸집이 작아 공기역학 기능이 떨어져 초당 230번의 날갯짓을 한다. 이른바 '8자춤'으로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꿀이 있는지 공유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도 8자춤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꿀벌은 사람에게 꿀을 제공(정확히 말하면 저장된 식량 약탈)하지만, 수분(受粉·꽃가루받이)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먹거리의 25% 이상을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고라고 전해지는 말도 있다. "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4년밖에 더 못 살 것이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이 말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어록에 남아있다.

해남에서 최근 양봉농가의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일벌이 없어졌으니 그 무리는 생존할 수 없다. 해남에는 91개 농가에서 2만군(群)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 36개 양봉농가에서 6000군(벌통)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한 벌통에 2만~3만 마리가 살고 있어 1억 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는 군집 붕괴이다. 꿀벌은 죽을 때가 되면 무리를 지키기 위해 벌통에서 멀리 떠나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면 사라진 꿀벌은 폐사했다고 봐야 한다.

꿀벌의 집단폐사는 양봉농가의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농작물에도 여파가 미친다, 집단폐사 원인을 두고 지구온난화나 기생충, 바이러스, 살충제, 휴대전화 전자기파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에서 종종 발생한 대부분의 집단폐사에 대한 속시원한 원인 규명도 여태껏 안 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어떻게라도 원인을 알아내 치유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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