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 흔적에 죽은 원인 파악
밀렵 드러나면 경찰에 고발
작년 시흥서 연구용 방생 개체

▲ 현산천에서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왼쪽)가 6일 만에 사체로 발견됐다.
▲ 현산천에서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왼쪽)가 6일 만에 사체로 발견됐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205-1호로 지정된 '저어새'가 지난달 현산천 인근에서 죽은 채 발견돼 관계 기관이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체 어깻죽지에서 총상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되면서 밀렵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해남에서 사체로 발견된 저어새는 M03이란 가락지를 부착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12일 시흥시 옥귀도 저어새 번식지에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한국물새네트워크가 저어새 이동과 서식지 이용을 파악하는 등 연구목적으로 가락지와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것이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얕은 물 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습성 등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추적 결과 지난해 11월 5일까지 인천 송도, 옥귀도, 오이도 등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활동하던 이 저어새는 월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동하며 장쑤성 해안 약 50㎞까지 접근했지만 해상풍력단지의 강한 맞바람에 의해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신안군 하태도를 거쳐 11월 9일 해남군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 사체로 발견되기 전까지 현산천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이 기간 위성추적 신호와 현장 관찰을 통해 노랑부리저어새와 건강하게 어울렸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해남황새네트워크 회원에 의해 지난해 12월 25일 현산천 읍호교 부근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 등이 목격됐었다.

하지만 12월 26일부터 현산천 하류에서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해남황새네트워크 회원이 12월 31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저어새가 죽은 채 현산천에 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 회원은 사체를 건져내 관계 기관에 인계했다. 사체 어깻죽지에서 총상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폐사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검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남군도 사건을 접수한 후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천연기념물은 사체가 발견되면 문화재 규정에 의해 처리된다.

군 관계자는 "폐사 원인이 조류독감(AI)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부검을 실시해 저어새가 훼손(총상)에 의해 폐사했다는 부검결과가 나오면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지역은 별도로 수렵허가지역이 없다 보니 수렵용 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해조수 포획허가는 꿩, 멧비둘기, 기러기, 고라니, 멧돼지 등이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입힌 경우 해남군에 신청하게 되며 허가를 받은 후 총기를 보관하는 관할 경찰서에서 총기 소지 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

해남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해남에서 허가된 유해조수 포획허가는 38건이다.

이번에 사체로 발견된 저어새의 폐사 원인이 총상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를 포획하라는 허가가 엉뚱하게 밀렵행위로 변질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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