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집단폐사 조짐
양봉농가마다 빈 벌통 '발동동'

▲ 꿀벌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 벌통 내부 벌집의 모습.
▲ 꿀벌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 벌통 내부 벌집의 모습.

"40년 만에 처음… 기가 막히다"
바이러스성 집단감염 가능 제기 
군, 피해실태·역학조사에 착수

마산면에서 벌통 350여 통으로 양봉을 하고 있는 진귀만 씨는 지난달 초 벌통을 열어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11월 말부터 월동에 들어가는 꿀벌들을 위해 벌통에 먹이를 채워놓았고 며칠 지나 월동을 잘하고 있나 살펴보기 위해 벌통을 열어보았는데 꿀벌 대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꿀벌들을 모아 다시 벌통 몇 곳에 채워놓고 지난 3일 다시 확인해보니 이마저도 모두 사라졌다. 꿀벌 수백만 마리가 한 달 사이에 사라진 것인데 꿀벌이 벌통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것은 다른 곳에서 집단폐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귀만 씨는 "보통 벌통 하나에 판 모양의 벌집이 10개쯤 있고 여기에 나눠서 벌이 3만 마리쯤 산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서로 공처럼 뭉쳐서 체온을 유지하는 형태로 월동을 하는데 대부분 벌통에서 벌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여름부터 꿀벌이 집단으로 조금씩 폐사해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약품 처리 등을 했는데도 또다시 대규모로 집단폐사가 일어난 것은 양봉 4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며 "기존에 알려진 원인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피해가 아닌지 추측된다"고 말했다.

꿀벌의 경우 보통 진드기 감염으로 날지 못하는 날개불구병이나 내부 기생충성 전염병인 노제마병, 바이러스 질병인 이스라엘 급성 마비명, 병원균이 유충을 썩게 하는 부저병, 낭충부패병 등이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봄철에 발생하는 전염병이고 일부는 유충이 썩기 때문에 냄새가 나고 사체도 발견되지만 이번처럼 겨울철에 대규모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진 씨를 포함해 해남에는 양봉농가가 80여 농가에 이르고 있는데 해남양봉협회의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평균적으로 60~70%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양봉농협 측에도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남군은 전체 양봉농가를 상대로 피해 실태조사와 역학조사에 들어갔고 전남도와 농촌진흥청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역학조사에 나섰다.

특히 양봉농가의 경우 가입한 가축재해보험에는 부저병과 낭충부패병 등 2개 항목에 대해서만 보상받을 수 있어 현재로서는 피해보상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또 5월에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다시 꿀벌을 키우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벌통에 꿀벌이 없다 보니 한해 양봉농사를 망친 셈이어서 양봉농가들은 정확한 피해 원인 조사와 함께 보상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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