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송지면 마봉리 딸기농가)

 
 

유기농산물은 화학비료는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유기물만 주고 기른 것이라 한다. 그래서 유기농산물은 맛과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믿음이 많다. 화학비료에 무슨 독이 들어 있을 것 같고 유기물이라면 독이 없고 깨끗하다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옳은 판단일까?

퇴비가 자연에서 나온 것처럼 화학비료도 독이 아니고 자연에서 나온다. 질소비료는 공기 중에서 추출하고, 인산은 인광석과 사문암이 원료이며, 칼륨(카리)은 암염(바위)을 가루로 만든 천연물이다. 화학비료 대신 유기물만으로 농사가 가능하다면 환경보전, 안전한 먹거리 확보 등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유기물은 식물이 필요한 물, 양분, 자체 통기성이 좋아 미생물 활동을 돕는 등 장점이 많지만 유기물만으로 농사를 짓자면 곤란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서로 동등한 수확량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화학비료와 맞먹는 양의 양분을 넣어주기 위해서는 무게당 약 500배 많은 양의 비료가 필요하다고 한다.(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서울대 이완주 교수저 참조)

또한 대량의 토양 속 유기물은 구리, 아연같은 식물성장에 꼭 필요한 미량요소를 잡아둬 결핍증상이 일기도 한다. 계속 퇴비만 주고 작물을 재배하면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비료성분은 흙에 쌓여 염류장해를 일으켜 생육장해, 토양오염이 발생시킨다. 무엇보다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식물이 흡수하는 양분의 꼴(이온)은 화학비료에서든 유기물에서든 관계없이 거의 대부분을 다같은 꼴로 먹는다는 것이다.

식물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질소의 흡수과정을 보자. 유기태 비료는 미생물에 의해 암모늄태 이온으로 바뀌며 다시 미생물 작용으로 식물이 흡수가 매우 용이한 질산태 질소로 바뀐다. 결국 질산태 질소(No3-)는 퇴비나 화학비료에서나 똑같은 꼴로 생기며 해리, 이동이 용이한 용탈현상으로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며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몸에 해로운 질산태 질소는 지나치게 많아지면 채소 속에 들어가거나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유기물만으로 농사를 지을 때나 화학비료로 농사를 지을 때나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몇 년 전만 해도 화학비료만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굳건한 믿음 속에 살았다. 화학비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식량 등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그래서 다수확이 절실하던 시절에 화학비료의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품질 낮은 농산물 소출이 각인되어 이에 대한 편견의 시초가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농사를 짓는 데 유기물이 만능이라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볼 때 화학비료가 만능이 아닌 것처럼 합리적이라 볼 수 없을 것 같다. 농업 경영인 각자가 재배하는 작물을 연구·공부해 적정량의 비료주기는 작물도 춤추고, 소출도 많아지고, 품질도 향상되고, 토양오염이 저감되는 1석4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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