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해남(EDGE HAENAM) 바나나 농장

▲ 오영상 농장 대표와 박재옥 농업연구관이 수확한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 오영상 농장 대표와 박재옥 농업연구관이 수확한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황산 엣지해남 스마트 팜 농장서 첫 수확
600평 500그루에 1년간 땀·정성이 열매로
무농약 재배 통한 생산량 10톤 규모 예상
오영상 대표 "체험학습과 조직배양 나설 것"

해남읍에서 공룡대로를 따라 황산으로 15분 정도 승용차로 달리면 왼편에 유난히 커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나타난다. 3개 하우스를 합친 모습의 이곳 '엣지해남(EDGE HAENAM)' 바나나 농장을 지난 28일 찾았다.

617평 규모의 하우스에는 한복판에 선 겨울도 잊은 채 수확을 앞둔 초록의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귀농 12년째를 맞은 오영상 엣지해남 대표가 1년간 쏟아부은 땀과 정성이 맺은 열매이다. 제주에서 조직배양한 모종 500그루를 가져와 지난해 1월 식재한 바나나가 1년 만에 어른 키 두 배 정도로 자라나 수확을 앞두고 있다.

'아열대작물 1번지 해남'의 현장이자 스마트 팜을 활용한 무농약 친환경 농업의 현장이다.

바나나는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18도 이하에서 성장을 멈추고 13도 아래로 내려가면 동해를 입는다. 27도 정도에서 급성장하지만 35도 이상이면 또 성장을 멈춘다. 하우스 안팎의 센서와 카메라, 기상관측시설이 온도, 습도, 지습, 풍향, 풍속 등 모든 생육환경을 측정하고 제어한다. 이 데이터는 고스란히 오 대표의 핸드폰으로 전송된다. 온도 조절은 기본이다. 적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히터가 작동된다. 두 겹의 보온커튼은 해가 뜨면 열리고, 해가 지면 스스로 닫힌다. 햇볕이 생육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도 판단해 개폐된다.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폐쇄된다. 비에 섞인 각종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관수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오 대표는 지난 2019년 해남군의 바나나 재배농가 공모에 선정되어 일정액의 지원과 자부담을 들여 그해 말 시설하우스를 지었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져 시설 견학도 자주 온다.

이 농장에서는 바나나 재배에 살충제나 제초제 등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320개 항목에서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탈락하는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이 때문에 한여름에는 끈끈이 트랩으로 해충을 잡아냈고 총채벌레 때문에 애도 먹었다. 무농약 재배는 그만큼 일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오 대표는 "지난 1년간의 재배과정을 기록한 모든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며 "축적된 기록은 더 나은 재배를 위한 유용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아열대작물을 연구하는 실험무대이기도 하다.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가 바나나 24주와 파인애플 60주를 화분에 심고 연구하고 있다. 바나나 사이사이에 재배되는 파인애플의 생장 과정을 관측하고 데이터 백업을 한다.

마침 이날 직원 2명과 함께 농장을 찾은 과수연구소 박재옥(농학박사) 농업연구관은 "바나나 하우스에서 파인애플도 함께 심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면서 "실험과 재배기술 연구를 거쳐 잘 될 경우 농가에 기술보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나나는 사실 열대에서 자라는 풀이다. 적정한 생육환경에서는 1년 만에 수확이 가능하다. 온도가 낮으면 성장이 더디다. 수확 이후에는 베내고 바나나의 뿌리에서 나오는 새싹인 흡아로 한두 차례 더 재배한다. 5~10차례도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과실이 작고 바이러스에도 취약하다. 따라서 다시 조직배양한 모종을 심는다.

오영상 대표는 새해 첫 달부터 2~3개월간 계속될 수확량이 10톤 정도로 예상한다. 농어가 현장을 찾아가는 KBS 1TV의 '6시 내고향'에도 오는 4일 소개된다. 이 프로그램을 본 전국의 시청자들이 주문을 해오면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될 전망이다.

▲ 바나나 후숙 창고.
▲ 바나나 후숙 창고.

수확한 바나나는 농장 입구에 설치된 전용 후숙창고에서 5~6일 정도 익히게 된다. 후숙은 바나나의 맛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상품화된 바나나는 개인에게 주문판매하거나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해남미소 등을 통해 출하할 예정이다.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만큼 학교급식 공급도 기대한다.

새해 벽두 첫 수확에 나서는 오 대표에게는 또 다른 계획이 있다. 체험학습 운영과 바나나 조직배양에 도전하는 것이다.

하우스 바나나 농장과 주변에 심은 오디, 블루베리, 매실 등 갖은 작목을 활용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에 하우스 앞에 체험학습장을 지을 공간도 미리 마련했다. 귀농하면서 취득한 숲해설가 자격증도 체험학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는 바나나 모종 조직배양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농가가 제주에서 모종을 구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배양 장비를 물색하고 공부에도 여념이 없다.

오 대표는 "하우스를 지은 뒤 한 달 만에 바나나 모종을 심고 1년간 쏟아낸 땀의 결실을 앞둬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면서 "수확을 마치면 1년생인 바나나를 베내고 흡아로 2차 재배하는 또 다른 도전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해남은 바나나 재배 최적지

따뜻한 기온에 난방비 절감 이점
4농가서 1ha… 올해 0.4ha 늘어
연중 출하해 전남 최대 생산지로

해남은 아열대 과일인 바나나의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이 전남 어느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현재 4농가가 1ha(3025평)의 농장에서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북평에서 '해남산 바나나'가 첫선을 보인 이래 다른 농가들도 속속 생산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앞으로 바나나 주산지의 명성을 제주도로부터 이어받는 날이 다가올 수 있다. 현재 바나나를 재배하는 곳은 북평에 이어 계곡 2농가, 황산 1농가 등이며, 올해 계곡의 기존 재배농가가 0.4ha(1320평)를 추가로 심을 예정이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바나나 재배면적을 0.3ha 확대하기로 하고 희망농가의 신청을 받았으나 3차에 걸친 공고에도 단 한 농가도 신청하지 않았다. 철근값 등 하우스 시설을 지을 자재값이 한 때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억대의 자부담을 하고 뛰어들 농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도비 지원을 받은 사업지침이 일부 변경되면서 바나나 재배를 하던 계곡의 한 농가가 0.4ha를 추가 재배하기로 했다. 이 농가는 하우스 시설을 마치고 오는 4월 중 식재할 예정이다. 그러면 해남의 바나나 재배면적은 1.4ha로 늘어나게 된다. 

바나나는 여느 아열대작물보다 온도에 민감하다. 최소 18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온난한 해남은 난방비 절감 등 이점이 많다. 

여기에다 재배면적이 많은 것도 시너지효과를 낸다. 연중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판로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바나나는 300평의 재배면적에 6톤 정도 생산된다. 현재 출하가격은 1kg에 8000~1만원 정도에 형성돼 수입산(3500~4000원)보다 2배 이상 높다. 농가 소득작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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