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시인)

 
 

아침이다. 
壬寅年은 해남으로 가자
대흥사 수도승을 만나고
우수영으로 가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울돌목의 역사를 만나자.
오시아노단지를 거쳐 
한반도의 시작, 땅끝으로 가자
청정한 바다가 있고
사람냄새 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임인년은 꼭 해남으로 달려가자

숨겼던 발톱을 세우자
올해도 도망가지 않는
저 어둠이 있으므로, 범 내려간다.
어흥, 범 내려간다며, 
백수의 대왕으로
용맹스러운 자태로
어둠의 숨통을 물어뜯어야 하므로
분노로 돋아난 어금니가 아니라
예지로 돋아난 어금니로
정확히 피 한 방울 없이 
어둠의 숨통을 정확히 끊어야 한다.

호랑이 담배 피던 날도 있었고
영물로 마을도 지켰지만
지금은 어둠과 대적할 호랑이
우리도 호랑이 마음으로
어흥 어흥 어흥하면서
남파랑길, 서해랑길을 늦은 걸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자
생사봉도(生死逢道)로 
삶과 죽음이 길에 있으니

사유가 빛나는 사색들을
가슴에 감추고
어둠의 멱을 물어뜯어야 한다.
임인년 아침에는 호랑이 마음으로…

 

시인 소개 △해남 출신/한신대 문예창작학과/아주대 국어국문학과/원광대 박사학위/방송드라마 극본 '행려자' 작가/산문집 '위에서 마주치다' '흔들려도, 당신은 꽃'/시집 ''낯선 곳에서 하루' '남 가는 길'/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 '인동초'/시나리오 '엄마의 등대'/고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이동주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한국영화인상/ 현 해남문화관광재단 이사 및  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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