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연말이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온다. 2년 여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배당하다 보니 웃음소리마저 크기가 줄어든 느낌이다.

방역 규제는 강화되고, 역으로 사람들 움직임은 줄었다. 만남도 줄고 인사도 줄고 선물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거리는 조용해졌고, 관광버스는 멈췄다. 삶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 와중에 소의 해는 저물고 범의 해가 어흥거리기 시작했다.

새해엔 범처럼 한번쯤이라도 포효할 수 있을까? 유쾌한 새날이 펼쳐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며 우리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소망한다.

'코로나와 함께'라는 저자세로 눈치를 보며 조금의 자유를 누려볼까 하였으나 코로나의 화를 달래기에 아직 부족함이 많은가 보다. '감히 니들이 자유를?' 하는 꾸지람이 다시 '꼼짝마 시대'로 인간을 몰아붙인다. 좀 더 반성하라는 거겠지.

그동안 너무 방탕스러웠나 보다. 바이러스인지, 바이러스를 부리는 또 다른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방탕에 대한 반성을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작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파괴를 일삼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 아닌가? 그들은 눈꼴시린 인간을 더이상 보아주기 힘들었을 게다.

새해엔 우리 인간의 반성과 성찰이 이어져 지구에 다시 기쁨이 솟아나길 염원해 본다.

이와중에 다행이라고 하면 좀 '거시기'하지만 우리 해남은 어느 지역보다 그들의 화풀이가 덜 느껴지는 곳이다.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해남사람이란 것이 적잖이 안심을 준다. 내 딴에는 해남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아직 덜 파괴된 탓이라고 진단한다. 질주하는 문명의 나라에서 해남은 아직 오지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는 반도의 끝이자 시작인 곳이 아닌가?

이런 환경에서 어쩌면 맑은 공기가 바이러스의 분노를 씻어주는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해남은 살만한 곳이고 안심되는 땅이다.

그런 차원에서 해남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문명의 큰길에서 질주본능을 키운 결과가 불안과 상실감으로 이어졌다면, 이제 달마고도 같은 문명의 샛길을 찾아야 한다. 휴식과 여유, 생태에 바탕한 생활, 의미가 있는 삶을 위해 자신을 재구성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 해남을 바라보면 어떨까? 다양한 예술을 누리는 문화공간으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는 활력의 공간으로, 자연의 도움을 받고 그 일부가 되는 생태 공간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통해 새날을 꿈꾸는 희망 공간으로 해남을 재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설거지하는 놈이 그릇을 깬다고 한다. 우리가 쫓아가지 못해 안달하던 문명을 보자. 문명은 화려한 식탁을 차려놓기 위해 등 뒤로 설거지할 거리를 너무 많이 쌓아놓았다. 그 탓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가? 비단 코로나-19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명의 질주 속에서 우리는 삶을 잃고 헤맨 날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그게 뭐라고 삶을 버리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설거지를 하지 않고 계속 새 그릇만 꺼내 쓴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설거지 좀 하자. 그릇 좀 깨자. 놔둘 곳이 없을 정도로 모아둔 생활을 둘러보자. 그리고 새해를 맞자. 쉬지 못하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그릇도 깨면서 설거지를 하는 곳으로 해남을 알려주자. 문명에게 쫓겨 달리다가도 멈춰 쉴 수 있는 '나무그늘 해남'을 새해 선물로 주면 어떨까? 그게 우리 모두가 새해에 복 받는 일이 되도록 말이다.

새해가 밝았다. 해남과 해남사람들, 새해 복 오지게 받고 그릇 좀 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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