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감염과 혹한·물폭탄…'잔뜩 움츠린 해남'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19가 2년째 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11월이면 대부분 코로나 예방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갖게 될 거라 기대했다.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되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남도 코로나에 잔뜩 움츠린 한 해였다. 송지, 황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연말에는 해남읍을 강타했다. 해남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유난히 많았다. 연초에 사상 최저기온의 혹한이 닥치더니 여름에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일면의 작은학교 살리기,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해남군 신청사 이전, 30년 만의 영화관 개관 등도 있었다. 해남신문은 저물어가는 2021년을 되돌아보며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거나 기록에 남길만한 이슈를 모아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① 코로나 집단감염에 잔뜩 움츠린 일상

사실상 '코로나 청정지대 해남'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지난해부터 14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명을 제외한 143명이 올해 발생했다. 타 지역 확진자와 접촉한 후 지역에 전파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새해부터 확진자가 발생하며 비상이 걸렸다. 부산에 거주하는 자녀가 해남에 사는 부모를 만나러 왔다가 전파돼 동네 주민 3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월 송지에서는 한 다방 종업원을 매개로 주민 등 24명이 집단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 면민에게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비롯해 이동자제 등을 요청하며 비교적 빠르게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다. 11월에도 타 지역을 방문했던 주민을 포함한 n차 감염으로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시제에 참석한 10명 가운데 5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단감염이 계속해 이어졌다. 연말에는 해남읍에서도 많은 감염자가 발생해 일상을 옥죄었다.

 

 
 

② 전국에 울려퍼진 북일의 작은학교 살리기

인구가 2000명이 채 되지 않은 북일면에 단 두 개 학교인 북일초와 두륜중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개교 100주년을 1년 앞둔 북일초의 전교생은 18명, 두륜중은 19명이다. 북일 지역사회가 작은학교 살리기에 똘똘 뭉쳤다. 전입 학부모와 학생에게 주택과 일자리 제공, 장학금 지급, 해외연수 등을 내걸고 학생모심 캠페인에 나섰다. 서울 한복판에서 캠페인을 갖고, 북일에서 설명회도 가졌다. 전국에서 100가구 이상의 희망자가 몰렸고, 평가를 거쳐 12월 6일 전입 예정 20가구를 선정했다. 내년 2월까지 100명 정도가 전입할 예정이다. 초등생 36명, 중학생 4명이 전학을 올 예정이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북일의 성공 사례는 내년에 다른 면에 확산돼 소멸위기의 농촌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③ 최악의 혹한에 물폭탄 '기후변화 실감'

혹한, 장마,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가 1년 내내 이어지며 기후위기 시대를 실감하게 했다. 1월 8일 기온이 영하 17.1도까지 내려가 기상관측 이래 최저를 기록해 농작물 피해가 이어졌다. 여름에는 물폭탄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7월 5, 6일 이틀 동안 북일에 600㎜를 비롯해 평균 400㎜의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한 명이 숨지고 주택과 농작물 침수, 하천 제방 유실 등 91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때아닌 가을장마와 이상 고온 현상도 이어졌다. 수확철을 맞은 고구마는 검은점박이병으로 제값을 받지 못했고 가을배추는 물러지는 무름병이 확산돼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발생했다.

 

 
 

④ 풀뿌리 주민자치회 속속 출범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주민자치회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완성된다. 북일을 시작으로 삼산, 계곡, 북평, 황산 등 5개 주민자치회가 잇따라 출범했다. 나머지 9개 읍·면의 주민자치위원회도 내년에 주민자치회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주민자치 기구이다. 주민이 스스로 공동체의 현안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5개 주민자치회는 여러 자체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주민자치회의 과제는 많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자치회 업무를 전담해야 할 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예산도 필요하다. 해남군이 내년에 주민자치회 인건비 명목으로 70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부족한 예산이나마 주민자치회의 정착에 마중물이 될 것을 기대된다.

 

 
 

⑤ 대규모 사업 잇따라 유치 성공

해남군은 대규모 유치에 잇따라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가 들어서게 됐다. 전액 국비 4079억원이 투입돼 오는 2025년까지 삼산면 평활리 일원에 건립될 예정이다. 또한 1000여 세대가 들어오는 유럽(네덜란드)형 테마마을도 산이면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15만평(49만5000㎡) 부지에 5700억원을 투자해 전원주택, 호텔형 타운하우스, 쇼핑몰, 테마파크 등 유럽형 복합 휴양시설 단지를 조성하는 이 사업을 위해 전남도와 해남군, 사업 시행사인 (주)더츠굿, 부지 소유자인 서남해안기업도시(주) 등은 투자협약식을 가졌다다. 국비 298억원 등 425억원이 투입되는 탄소중립 에듀센터도 유치해 기업도시 내 5만7500㎡ 부지에 전시교육장, 체험시설, 홍보관 등이 조성돼 연간 1000만명의 교육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⑥ 해남군 신청사 시대 개막

해남군의 새로운 100년을 이어갈 신청사가 개청했다. 1968년 건축된 청사가 노후화돼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행정수요에 비해 협소해 청사 신축에 나섰다. 신청사는 대지면적 2만1521㎡, 건축면적 3650㎡(연면적 1만8601㎡)에 지하 1층, 지상 7층(의회동 5층) 규모로 건립됐다. 사업비는 687억원이 소요됐다. 군은 빚 없는 청사 신축을 위해 지난 2004년 해남군 청사신축기금 조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05년 1월부터 청사신축기금을 적립했다. 신청사에는 주민 소통과 업무효율을 위한 공간 등이 크게 확충됐으며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첫 독립 청사를 갖게 된 해남군의회도 청사 개청에 맞춰 회의 생중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비롯해 의원 개인사무실도 마련됐다. 53년간 군민과 함께했던 구 청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⑦ 농촌 인력난에 인건비 뛰어 '이중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부터 인력사무소 등에 예약해야 했다. 웃돈을 주고 사람을 데려오기도 하면서 한번 올라간 인건비는 떨어지지 않았다. 농번기에는 더욱 심각해 마늘·양파 수확, 고구마 정식·수확, 배추 정식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에는 하루 15만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군에서는 농번기를 앞두고 공공일자리 운영을 중단하면서 인력부족에 대응했으나 인력난과 더불어 높아진 인건비에 농가들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⑧ 연이은 쌀값 하락에 그늘진 농심

오랜만에 풍년이 찾아와 기뻐해야 할 벼 재배 농가들이 연이어 떨어지는 쌀값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전국의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 350만7000톤보다 10.7% 증가했다. 신곡 수요량은 358만톤에서 361만톤으로 30만톤의 쌀이 과잉공급되면서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평균보다 낮아졌다. 수확기 전부터 벼 생산농민과 농업단체, 농협 조합장, 지자체 등이 정부에 과잉물량의 시장격리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민들과 농업단체들은 밥 한 공기(100g)에 최소 300원은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으나 12월 초 산지 쌀값은 100g에 262원에 그치고 있다. 산지 쌀값이 떨어지면서 벼 수매가도 하락하고 있다.

 

 
 

⑨ 해남시네마·청소년누림문화센터 개관

해남시네마와 청소년누림문화센터가 7월 해남읍 해리에 4층 건물로 신축 개관해 지역민과 청소년들의 문화, 쉼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년 만에 해남에 문을 연 영화관인 해남시네마는 그동안 지역에 영화관이 없어 타 지역까지 영화를 보러 다니던 군민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했다. 개관 첫 달에만 전국 작은영화관 중 가장 많은 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은데 이어 5개월째 누적 관객 1만9389명이 방문했다. 청소년누림문화센터도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여가활동 공간을 제공하며 개관 후 67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댄스연습실과 노래방, 동아리 활동실, 학습실, 북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고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체험강의, 정기강좌, 면지역 청소년을 위한 주말 콘텐츠,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청소년 맞춤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⑩ 만호해역 어업권 소송서 1, 2심 패소

진도군수협과 어민을 상대로 만호해역 김 양식을 둘러싸고 행사계약 절차 이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이 1심에 이어 2심마저 패소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월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은 만호해역 어업면허를 가지고 있는 진도군수협을 상대로 1370ha의 행사계약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양측 어민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금껏 해오던 면적에서 김 양식을 하기로 했다. 1년 뒤인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진도의 손을 들어줬으며 10월의 2심에서도 해남은 패소했다. 이제 양측은 대법원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해남군에서는 진도군과의 해상경계가 부당하다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한 상태이지만 대법원 판결 전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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