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협 조합장들 청와대 앞 집회
산지 값 20kg 5만2000원대 떨어져
정부는 물가안정 이유 내세워 뒷짐

▲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이 지난 13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쌀 공급과잉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이 지난 13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쌀 공급과잉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수확기 이후 하락하는 쌀값으로 인해 농민과 농업단체가 정부의 수급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농협 조합장들이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에 나섰다.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농협미곡종합처리장 전국협의회를 중심으로 열린 이 날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농협 조합장을 비롯해 360여 명이 참가했다.

해남에서는 해남농협 장승영 조합장, 옥천농협 윤치영 조합장, 황산농협 김경채 조합장, 화산농협 오상진 조합장, 산이농협 김애수 조합장, 현산농협 이옥균 조합장 등과 윤재갑 국회의원도 참가했다.

쌀값 보장과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빨간 머리띠를 두른 조합장들은 쌀 공급과잉 물량에 대한 즉각적인 시장격리 시행과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 생산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자들은 청와대에 요구서한을 전달하고, 참가자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정부서울청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농협중앙회 이사인 장승영 조합장은 "밥 한 공기인 100g당 쌀값이 약 262원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물가는 오르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나락값이 포대당 1000원만 떨어져도 전남 농민 소득이 270억원 감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 9일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등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도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벼 800kg들이 60개의 야적 시위를 하며 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농민과 농업단체, 조합장들까지 거리에 나선 데에는 신곡 수요량보다 초과 생산돼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나 정부가 시장격리에 나서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서 산지 쌀값이 수확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 350만7000톤보다 10.7%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등숙기인 9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기상여건이 양호해 당초 예상량이던 382만7000톤보다 5만여 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가 예상하는 신곡 수요량은 358만톤에서 361만톤. 27만~31만톤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20kg 기준 산지 쌀값은 수확기(10~12월) 첫 조사일인 지난 10월 5일 5만6803원에서 하락세가 이어지며 이달 5일 5만2586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지난 10월 25일에는 지난해 수확기 평균 가격인 5만4121원보다도 가격이 낮아졌다.

생산량 증가로 올해 전남의 농협들도 벼 수매량을 늘렸다. 지난해 26만5000톤에서 올해는 36만4000톤을 수매했다.

해남의 농협들도 전년 대비 20~30% 물량을 더 수매했다. 지난해 7만원 이상으로 벼 수매가격을 정했던 지역농협에서도 쌀값 하락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입량 증가와 가격하락은 재고 부담으로 다가오고 이달 말 최종적으로 수매가격이 정해지는데 우선 지급했던 6만원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직불금 개편과 함께 쌀 목표가격이 없어지고 쌀 생산량이 소비량의 3%보다 많이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행할 수 있는 자동시장격리제를 법제화 했으나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쌀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3%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격리를 하지 않고 있어 농민과 농업단체 등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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