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춘(법무법인 클라스 대표 변호사)

 
 

송사에서 법의 부지(不知)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법령이나 법리를 모르고 있었다고 하여 그 적용을 피하거나 그 위반으로 인한 처벌이나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듣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있는 영역에서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혹시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정도의 생각은 할 수도 있다.

필로폰 같은 마약은 섭취는 물론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 대상임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성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음란물의 경우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물론 이러한 물건을 유포하는 행위라면 단순히 부도덕하다는 정도를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소지만 하고 있어도 형사처벌 대상 행위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상화되고 고도화된 무선통신기술 덕에 온갖 종류의 동영상이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에 심지어는 무의식적으로도 다운로드될 수 있는 음란 영상물이 자신의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에 저장된 것만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도 그 영상 속의 인물이 성년자라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자라면 상황이 심각하다. 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일정한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 중 미성년자가 그 행위자로 등장하는 것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규정하고, 이러한 영상 등을 소지·시청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두고 있고, 그것도 1년의 하한을 두고 있는 것은 많은 범죄의 법정형이 징역형과 벌금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미성년자를 모델로 하는 성적 영상물 등에 대하여 현재의 법률이 얼마나 강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구체적 처벌 규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자신이 어떠한 범법행위를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빠지고, 발각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여 신상정보까지 등록,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소위 n번방 사건의 주요 범인들에 대하여 중형 선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와 함께 그들이 불법적으로 제작한 미성년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소지하였던 많은 사람에 대한 처벌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그 스스로 미성년자로서 성장기에 피할 수 없는 일시적인 성적 호기심으로 그러한 영상물을 게시한 사이트에 접근하였다가 낭패를 본 모범생들도 많아 보인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청운의 꿈을 꾸며 미래를 준비하던 청년이 로그인 기록의 발견으로 불법 영상물을 소지하였음이 확인되어 형사소추되었을 때 본인은 물론이고 자식에 대한 자부심 가득했던 부모가 얼마나 절망하게 되었을까. 여기서도 법의 부지, 즉 그러한 소지 행위가 위법인 줄 몰랐다는 변명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법의 부지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큰 책임을 지게 되는 행위가 수없이 많지만 부모, 특히 성장기의 아들이 있는 부모들은 성범죄 관련 법률의 내용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필요가 절실하다. 여성을 대하는 사고와 태도, 행동 방식이 잘 확립되지 않으면 오점의 한순간으로 인하여 인생이 좌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입니다. 지난 봄부터 시작된 해남광장을 통한 저의 인사도 겨울이 왔듯 이번으로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귀한 지면을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로 헛되이 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저로서는 저와 가족, 고향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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