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목포대 강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지난 9월 초, 무료 요리강좌인 '소소한 쿠킹 클래스 시즌 2'에 참여했는데 생강을 갈아 즙을 내고 동량의 꿀과 섞은 후에 중약 불에 오랫동안 가열하는 방법인 새로운 생강청 만들기를 배웠지만 그것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남편이 농사지은 생강을 한 자루 가져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생강청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조각조각 떼어내 흙을 씻어 내고 있자니 생강을 캐던 날들이 떠오르며 고생한 남편이 새삼 고마웠다.

남편은 마늘과 생강의 주산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그 작목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은 정식 후인 10월도 그렇고 11월 중순까지도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아 마늘밭에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물을 주느라 분주했지만 생강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았고 수매일도 늦춰져 생강 수확 일정도 따라서 밀쳐지고 있었다.

11월 하순, 수확일이 다가오면서 남편은 일손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한 결과 어렵게 일손을 구해 놓고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일정을 조율해 놓은 전날 밤 내내 남편은 자다 깨다 했다. 마늘 정식 때 오기로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크게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남편이 생강을 캐기로 한 그 무렵에 비가 내리면서 추워져 손이 더뎌졌다. 농협 수매가도 작년보다 낮았고 예정했던 것보다 인건비는 훨씬 많이 들어갔지만 수확량은 떨어져 이번 생강농사는 밑진 것 같다.

동네도 작은데다가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80에 가까우니 동네 밖 일손에 의존하여 농사를 지은 지도 오랜데 자꾸만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니 우리나라의 얼마 남지 않은 농민들은 힘겨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 2000년 403만 명이었던 농가인구가 2020년에는 231만4000명으로 줄어 전체 인구에서의 비중이 4.5%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0년 후에는 농업이라는 직종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해남을 포함한 전남의 22개 시·군 대부분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 사람들이 돌아오지도 머무르지도 않으니 이제는 모셔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녹색평론'의 181호에서 충남 보령 장고도와 전남 여수의 하화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장고도는 공동작업 공동분배를 통한 배당소득으로, 하화도는 관광 수입으로 마을식당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성의 회복으로 마을재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짧은 글이었는데 읽으면서 두 섬의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이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퇴직 후 돌아와 살겠다고 출향인들이 줄을 선다는 말은 울림이 있다.

최근 지역의 이슈가 되고 있는 북일초등학교의 학생 모시기 행사가, 전남교육청이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행하고 있다는 농촌유학 등의 사업이 사람들이 거쳐만 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기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마지막 조치이기를 바란다.(일단, 이제 모셔온 학생들을 받들어 모시는 일까지 해야 하느냐는 일부 지역민들의 볼멘소리는 차치하자.) 돌아오지도, 머무르지도 않는 해남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지역민들 스스로가 바로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우리 이웃 자영업자도, 우리 이웃 비정규직 종사자도, 우리 이웃 귀향인도, 농군 해남의 버팀목인 농민들도, 그리고 내가, 우리가 바로 여기 해남에서 행복해야 한다. 지금이 '우리는 해남에서 삽니다'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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